솜털을 가진 분홍꽃, 제라늄
초보식물집사의 다둥이 식물일지 #3
유독 제라늄과 낯을 가려 데면데면 굴었다. 처음 제라늄을 보았을 때 만개한 꽃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분홍색으로 물든 꽃이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렇지만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본래 내가 알고 있던 꽃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줄기와 꽃대가 비슷한 키로 자라는 꽃들과는 달리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식물에 관한 짧은 지식과 경험밖에 없어 그 모습이 낯설었다.
꽃대가 꼿꼿하게 길쭉 서 있고 하나의 꽃대 위에 여러 꽃들이 피어있다. 특히 전체적으로 뒤덮인 솜털은 독특함을 더했다. 타조의 기다린 목이 떠올랐다. 목을 길게 늘여 사방을 둘러보는 타조처럼, 제라늄도 무언가 보고 싶은지 목을 쭉 내밀었다. 타조처럼 민숭민숭한 머리 대신 분홍꽃을 머리 위에 달고 고개를 뻣뻣하게 세웠다. 솜털로 덮인 잎은 보들보들한 벨벳을 느끼게 해 줬다. 기분 좋은 촉감에 자꾸 이리저리 잎을 문질렀다.
그러다 문득 제라늄은 왜 솜털을 지녔는지 궁금했다. 생김새가 독특해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오히려 그 특이함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검색을 해보니 솜털은 건조한 곳에서 물을 흡수하는 데에 최적이라고 한다.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음을 알게 되자 제라늄의 타조 같은 모습이 이해되었다. 식물도 환경에 맞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을 일구어 간다는 것을. 제라늄의 남다른 외향으로 다시금 깨달았다.
핑키(제라늄)는 치치처럼 향긋한 꽃내음이 있지도, 애나처럼 생기로운 노란빛을 지니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핑키의 긴 꽃머리는 어디서든 눈에 잘 들어왔다. 창문 넘어서도, 베란다 입구에서도. 화분들 중에서 가장 끝에 자리해도 존재감이 대단했다. 베란다 화원을 살피면 항상 시선의 끝에는 핑키가 있었다. 고개가 더 꼿꼿해진 건 기분 탓일까. 고개를 쭉 내밀고 자신을 더 봐달라며 속삭이는 것만 같다. 언제든 밝은 분홍빛으로 묵묵히 앉아있는 핑키. 앞으로도 꽃머리를 달 수 있도록 잘 도와주고 싶다.
식물일지
22.06.xx
아침에 꽃들과 해피나무에 물을 줬다. 애나는 정말 흙이 잘 마른다. 물을 잘 먹고 잘 크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배고니아는 며칠째 흙이 축축하다. 흠 원래 물을 잘 못 먹나... 치자꽃은 하나둘 점점 피어나는 꽃들이 많아지고 있다. 저녁에 다시 보니 잎들 사이에 숨어서 피어있는 꽃을 발견했다. 꽃이 여럿이라 치자 화분 근처에만 가도 달콤한 향기가 풍겨 나온다. 애나시다도 잘 피어나고 제라늄 봉오리도 활짝 잘 만개하고 있다. 아직은(?!) 잘 자라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