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응모했던 생활문예대상의 낙선을 3월에 조용히 확인했더랬다. '그럼 그렇지...' 실망하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전했다. 딱 한번 응모해 놓고도 실망감을 부인하진 못하겠다. 이 욕심쟁이 같은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위로의 선물이 도착했다.
동봉되어 있던 짧은 엽서 형식의 편지 덕분에 이 대회의 응모작이 5,032편이나 되었고 그중 100편 정도가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상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좋은 생각 5월호에 실려있던 대상 1편, 금상 2편의 당선작을 읽을 기회도 얻었다. 우리 삶이 진하게 녹아있음은 당연하고 순식간에 웃다가 울게 만드는 글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움에 배가 엄청 아파서 남편에게 가져가서 자기도 읽어보라고 어디가 그렇게 잘 쓴 건지 말 좀 해보라며 생고문을 했다. 하하하... (남편이 무슨 죄?...ㅎㅎㅎ)
하지만 지금은 글을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장난처럼 끄적이던 글들이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조금 더 생각해 볼 기회라는 걸 안다.
아쉬움보다는 열정적으로 임한 내 인생의 한순간으로 이번 생활문예대상을 기억해 주세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더 단단해진 문장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더 단단해진 문장으로 다시 만날 날'이라는 말에 여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매일글쓰기방에서 만나고 있는 글동무들의 단단함이 떠올랐다. 부담 없이 0.001 만큼씩 매일 전진하다 보면 나도 단단해져 있겠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도 용기라는 걸 처음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이 가져다준 선물이 있다.
지난 3월, 자주 가는 로드샵에서 샀던 폼클렌징의 내부가 개봉되어 있어서 전화로 문의드린 일이 있었다.
아마도 다른 손님이 향을 맡아보고자 스티커를 떼어내신 것 같다는 대답을 들으며 내가 이 제품을 환불 처리하면 어떻게 될까 (버려지겠지?), 급 오지랖이 발동하여 그냥 쓰겠다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
직원은 내게 감사하다고 다음에 오시면 뭔가 챙기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까맣게 잊었던 것...
주말에 우연히 들렀던 그곳에는 그 직원분이 챙기신 선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코웃음 칠만한 샘플 몇 가지였지만 내 작은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자 코끝이 시큰해져 왔다. 이런 감동은 여운이 참 크다. 지금도 그 샘플들은 우리 집 화장대에 나란히 줄지어 아침저녁으로 내게 인사한다. '안녕? 넌 참 착하구나.' 말하면서... ㅎㅎ
치열하게 직장에서 버티던 시절, 내 명분은 오로지 '생산'이었다. 생산적인 삶이 나의 전부였다. 정신에 힘을 쏟는 누군가를 보면 건방지게도 '괜찮은 형편'이니까 저런다는 생각을 먼저 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괜찮지 않아도, 어떤 사람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걸. 그런 형편이 아니어도 그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는 나름의 원칙에 따른 결과라는 걸. 그리고 그 노력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걸 안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 Charlie Chaplin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채플린
우리의 삶이 매일 어렵고 바쁘게만 돌아가는 것 같아도, 지금 당장은 사회적인 약자라서 모든 것이 비극처럼 보여도, 한 발자국만 떨어져 바라보면 희극일지도 모를 일이다. 의외의 다양한 유무형의 삶의 선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므로.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선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다시 다짐해 본다. 나는 사실은 전혀 착하지 않지만 내 작은 선의는 감동을 주고 행복을 키워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