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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Jun 12. 2021

셋째를 낳았다

익숙한듯 친해지지 않는 출산이란 놈

* 이 내용은 11월 11일에 셋째를 낳고 14일 병원에서 쓴 일기입니다.


——-


대망의 수요일.

빼빼로데이가 생일이  셋째를 낳았다.


어휴... 아파 죽는 .

이제    같다.


인간의 특징이 직립보행이라면 나는 지난 며칠  인간이 아니었다.

걷는데 복근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져리게 느끼며, 동시에 내가 노산인 것도 몸소 체험하였다.


제왕절개만 세번째.

​20 끝자락에 낳은 첫째는 유도분만 끝에 한 응급 수술이었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건 수술 전에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었던  밖에 없다.

아팠다는 기억도 없고 힘들었다는 기억도 없었다.

지금보다 훨씬 악조건(비급여 마취제 없었고 진통제도  후졌음)이었는데도 아팠는지 기억이 없다.

심지어 유도 하다가 수술한거라 엄청 오래 굶었는데도 배고팠거나 뭔가가 문제가 되었던 기억 없다.

삼십대 중반에 치룬 두번째 제왕절개의 기억은 훗배앓이로 남아 있다.

훗배앓이라는게 경산모일수록 심하다는걸 몰랐다.

몸이 출산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자궁이  빠르게 회복하기 때문이라는데,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아픈건 아픈거다.

마치 훈육으로라도 체벌은 안좋은 것처럼, 회복이고 나발이고 아픈 것만 기억에 남아 있다.


다만, 둘째 낳을때부터 수술 부위를 일정 시간 마취해주는 마취제(비급여) 생겼었다.

그래서인지 상처 부위가 안아파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의학적으로 노산에 접어든 셋째.

우선 낳기 전까지 정말정말 하나도. 하나도 무섭거나 긴장되지 않았다.

오직 걱정되는건, 오후 수술인데 전날 12시부터 금식( 포함)해야 하는 것이었을 정도로.

아직 애기애기한 우리 둘째 어쩌나 싶은 생각만 들었지, 수술은 그냥 하는거,  ,   정도 느낌 이었다.


아플까봐 걱정된다? 전혀.

이미 겪어본 바에 따르면 견딜만 했고, 오히려 이런저런 주사를 맞을게  신경 쓰였다.

둘째보다 훗배앓이가 심할  있다는 공포가 살짝 왔지만, 의료 발달에  한몸 맡겨보기로 했다.

진통제가 좋아졌겠지....​

셋째가 되니 어느 정도로 긴장감이 사라졌냐면-​

병원 가방조차 수술하러 가기 직전에 .


그리고 수술 두시간 전까지 오라고 하는데, 가자마자 기본적인 준비하고 항생제 알러지 반응 검사하고 태동검사기 달고 닝겔을 꼽아준다.

 상태로 수술까지 기다리는데, 남편께서 "이럴거면 한시간 전에만 와도 되는거 아냐?"  정도로 우리는 긴장감이 없었다.

(남편놈은 속도 없었고...)

병원 가자마자 이것저것 제반 사항에 동의하는 절차가 있다.

청담마리에서만 3번째라서 그런지 대체로 고민이 없었다.

비급여인 무언가에 대해서는 무조건 제일 좋은 걸로 한다.

둘째 때는 수술 부위에 꼽는 마취제가 24시간 짜리였던  같은데, 이번엔 55시간인가 그랬다.

진통제도 달랐다.

간호사가, 둘째 때는 없었던 거라고 알려줬다.​

병실은 무조건 신생아실하고 같은 층을 선호했다.

내가 수유실로 가야할 일도 많은데 걷는건 며칠 불편하니까 최대한 동선을 줄여서.

vip룸부터는 좌욕기가 있는데 나처럼 수술하는 산모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화장실과 샤워실이 별도로 있는건  의미가 있으니, 특실로.

다행히 신생아실이 있는 7층에 들어갈 수 있는 특실이 있었다.

이쯤에서,  제왕절개를 앞둔 산모님들의 공포를 줄여드리자면.​

가자마자 항생제 알러지 검사한다고 팔뚝 안쪽에 살짝 주사 바늘로 약을 주입하는데, 전체 수술 과정을 통털어서 그게 가장 아프다.​

닝겔 맞는 것도 그냥 따끔한 정도고, 거기에 항생제 주사 놓는데 약이 들어가면서 아프거나 하지 않는다.

하반신 마취도 따끔 정도지 안아프다.

항생제 알러지.... 그게 제일 아프다.

셋째니까 훗배앓이가  심했겠지만 역시 비급여의 힘은 위대하다.

안아프다면 거짓말이고 셋째라서 유독 아팠냐고 한다면 모르겠다.

정말 모르는거다. 진통제로 버텼으니...

아프긴 했는데 견딜만 했다.

무엇보다 통증이 길지 않다.

수술  12시간까지가 제일 아프고(마취가 안풀리는 시간 포함. 그러나 모래주머니 올려놓는 고통이 있으므로 마취로 버틴 시간과 퉁칠만 ),

그 다음 12시간은 살짝 덜 아픈 상태로 지나간다.


이렇게 24시간이 지나면 고개도   있고 움직일  있다.

물론  시기의 움직임은 축복이라기 보다 강요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이번 수술  털어 가장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고르라면, 침대에서 처음으로 내려서야 했던 순간을 꼽을  있을 정도니까.

( 다음은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기 위해 걸터 앉아 다리를 들어 올려야 했던 순간...)​


그래도 이렇게 움직이고 나면 확실히 빨리 좋아진다.

48시간 정도가 지나면 비교적 일상적인(?) 아픔이 된다.

살면서 느껴봄직한 수준이랄까.

아무튼 수술로 인한 전무후무한 아픔은 없다.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싶은 부분은 몸이 회복되는걸 티낸다는 점이다.

표현이  이상한데, 이를 테면 이런거다.​

처음으로 밥다운 밥을 먹은게, 수술 전날인 화요일 저녁 이후로 금요일 점심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밥을 소화시키면서 몸이 난리가 났다.

배는 꾸르륵 거리고 머리는 어지럽다가 졸리고 머리 포함 배꼽 위로는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소화가 끝날 때까지...

... 나이 먹으니 정상화 작업이 이렇게 힘든거구나...​


암튼 낳았다.

그리고 내일 퇴원한다.

몇년 사이 병원비는 별로 오르지 않았다.

비급여 처바른거 치고는 양호했다.​


... 하긴.


요즘 누가 낳는거 걱정하나, 키울게 걱정이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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