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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Jun 10. 2021

삼남매를 키우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한편으론 가장 어려운 것

삼남매를 키우면서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이가 엄마를 독점하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일대다가 아니라 아이와 엄마가 일대일로 매칭되는 시간인거죠.

세 아이 모두 하루 중 어떤 시간은, 반드시 이런 독점 타임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의도적으로 독점용 시간을 만드려고 하면 상당히 힘듭니다.

하루종일 돌아서면 할 일이 있을 정도로 정신 없이 돌아가는데, 엄마 독점 타임을 3타임이나 별도로 만들어 내는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신 어차피 해야 할 일을 활용해서 독점 타임을 만듭니다.


​9살 첫째의 독점 타임은 ‘하교 후 숙제를 확인하고 공부하는 1시간’과 동생들 다 잠들고 나서 엄마와 책 읽는 시간 입니다.

큰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먼저 하원한 둘째와 간식을 먹은 후, 알림이 노트를 확인하고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하는 시간이 있는데요,

매일 이 시간만큼은 엄마(나)와 둘이 꼭 붙어 진행합니다.


저 역시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동생들에게 한눈을 팔지 않습니다.

배가 부른 둘째는 혼자서 하고 싶은걸 하며 놀고, 셋째는 오후 낮잠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밤에도 어린 동생들이 먼저 잠들기 때문에 그때를 기다렸다가 함께 책을 읽습니다.

보통 독서는 혼자 하지만, 이 시간에는 조금 어려운 책을 함께 읽고 있어요.

그리고 주말에 더 붙어 있고 싶을 때에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리 둘만의 게임 타임을 갖습니다.

우리 둘을 제외하면 모두 굉장한 늦잠꾸러기들(…)이라 이런게 가능합니다 :-)


​4살 둘째의 독점 타임은 아침에 일어나 등원하기까지의 시간과 밤에 잠드는 시간입니다.

아침 등원 준비 시간, 대체로 8시 30분~10시까지의 시간은, 형아는 학교에 갔고 동생은 아침에 일어나 기분이 좋아서 혼자서도 즐겁게 뒹굴거리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만큼은 많이 안아주고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신나게 등원을 준비합니다.

엄마 독점 타임이 좋은 만큼, 늦잠을 자면 손해라는 인식이 생겨서 제때에 일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2호는 잠드는 시간대의 독점 타임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막내를 재우고 난 뒤의 시간인데, 요즘 부쩍 그 시간에 뭔가 함께 하자고 하는 편이거든요.

둘째는 독점 시간대 자체가 비몽사몽 타이밍이어서 그런지, 독점 타임에 꼬옥 안겨 있는 걸 좋아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막내의 독점 타임이 가장 깁니다.

오빠들이 집을 비운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의 시간이에요.

물론 아직은 낮잠 시간이 껴 있어서 실제 마주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대신 이 시간대에 눈을 뜨고 있으면 마냥 눕혀두기 보다는 많이 놀고 두런두런 대화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참 신기한게, 자신의 독점 타임 시간대에는 유독 줄기차게 엄마만 찾습니다.

다른 사람이 안아줘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7개월 아이조차 상황 파악이 끝난 셈이죠.

... 규칙적인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출근을 하게 되면, 셋째의 독점 타임은 잠들기 직전 시간대로 이동할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가 서로의 독점 타임을 알고 배려해 준다는 사실입니다.

막내의 독점 타임이야 방해할래야 할 수도 없는 시간이긴 하지만, 첫째 독점 타임에 두 쪼꼬미가 얌전해지는게 신기합니다.

하루에 엄마 백번쯤 찾는 첫째도, 엄마가 동생들 재우러 들어가서 동생과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최대한 엄마 없이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별다른 시간을 내지 않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 속에서 우선 순위만 조정한 것이지만,

그래도 하루가 후다닥 지나갑니다.

이제 내가 나를 독점할 수 있는 시간만 만들면 됩니다.

근데 이건 지금까지 하던 일을 하면서 할 수가 없습니다.

잠을 줄이거나 할 일을 미루는 방식 말고, 조금만 틈새 여유를 만들어서 나를 좀 독점해야 하는데요….


사실 이건, (모든 자녀맘이 그렇겠지만) 상당히 요원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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