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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Jun 08. 2021

재미없는 글을 쓰다

한때는 재미있었을지도 모를, 이제는 아닌.

재미없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누구도 공감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웃기지 못한.

왜 쓰냐고 묻는다면, 그냥 쓰는거지 라고 웃어넘길 그런 글을 쓰려고 합니다.



솔직히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워킹맘이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거든요.

나는 어디에나 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다릅니다.

근로하는 워킹맘이 아니라 사업하는 고용주 워킹맘,

전업주부 엄마들은 물론 직장 생활에 시달리는 워킹맘도 '넌 나와는 다르지'라고 생각합니다.

나름의 고충은 있지만 나눌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우리 나라에 사업하는 엄마가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드물겠죠.


한때는 심지어 맞벌이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내 남편은 직장인보다 얼굴보기 어려운 로스쿨 학생이었고,

지금은 반쯤 학생 같은 재판연구원이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교육생'일 뿐이며

그의 삶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육아는 커녕 결혼조차 까마득하게 느끼는 어린 동기들입니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겠지요.


재미도 없습니다.


나는 스스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잡플래닛'이라는, 무궁무진한 뒷 이야기가 펼쳐질 회사에 있지만,

이 이야기가 회사에 피해를 주진 않을까, 나 때문에 회사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루 12번도 넘는 자기검열을 거칩니다.


매일매일 SNS를 대하는 자세가, 흡사 기자 앞에 선 인터뷰이와 같습니다.


재미있을리가 없지요.

날 재미있다고 해주는건 아들의 놀이학교 같은 반 친구 엄마들 뿐이랍니다.

그것도 아마 내가 어리니까 귀여운 맛에 웃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편하게 쓰려고 합니다.

내가 왜 재미없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만 생각하면서-


그래서인지 브런치 작가 신청을 두번이나 까이고 겨우 통과하긴 했지만.

이렇게 재미없고 건조한 글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읽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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