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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Jun 16. 2021

엄마 생일날 우는 아이

너의 이쁜 마음에 오늘도 엄마는 웃어

제 생일이었습니다.

저희집은 깍두기(코로나19 예방 접종자)가 많아서, 이번에는 생일 전날 동생네가 집으로 놀러와 함께 식사하게 되었습니다.

요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 생일 주인공이다 보니, 음식은 시켜 먹기로 하고 재정을 담당하는 것도 저인지라 케이크도 제 돈으로 샀습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어디나 같겠지만, 저희집 역시 첫번째 촛불은 4살 둘째가 껐습니다.

6월 1일이 생일이다 보니, 진심으로 자기 생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촛불 끄더니 선물 달라고…)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축하가 이어졌습니다.

1호와 동갑인 큰 조카가 생일 카드와 선물을 주었습니다.

직접 만든 팔지였습니다.

팔에 차면서 너무 이쁘다, 사이즈도 딱이다, 너무 고맙다 한껏 호들갑을 떨며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둘째 조카도 엄마와 아빠가 준비했을 것이 분명한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고맙다고 1차 호들갑을 떨 무렵, 뭔가 싸한 기분에 고개를 돌려보니 큰 아들인 1호가 식탁 구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들, 왜 그래?”


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다정하게 “왜 그래” 하고 물었지만 고개도 들지 않았습니다.


9살이지만 아직 아이니까 설마…


혹시 촛불 꺼보고 싶어서 그래?”


그러나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들 조금은 답답한 마음으로 아이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습니다.

곧 아이가 아주 모기만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만 없어….”


…. 아!


아들, 혹시 엄마 선물 준비 못해서 그래?”


그러자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동갑내기 사촌도, 심지어 사촌 동생도 챙긴 엄마의 생일 선물을 준비할 생각도 못한 채, 속없이 하루 종일 놀았구나 싶은 생각에 너무 미안해서.

그런 것도 제대로 못챙긴 자기 자신이 너무 싫고, 선물 받고 좋다며 환하게 웃는 엄마의 웃음이 자기 것이 아닌게 또 속상해서.


우는 아이를 꼭 안고 말해주었습니다.


“아들, 엄마한테는 아들이 가장 큰 선물이야.”


아들 마음이 너무 이쁘고 고마워서 엄마는 이제 죽을때까지 생일 파티 안해도 된다고,

그러니까 엄마한테 더 큰 행복을 주고 싶다면 이제 그만 울고 같이 케이크를 먹자고,

엄마가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를 샀다고.


생일날이었던 다음 날 회사에서도 많은 분들께 축하를 받았습니다.

즐거운 생일 되길 바란다며 축하 인사를 해주는 분들께, 어제 아들에게 받은 선물을 주절주절 떠들어댔습니다.


저 아이는 어쩜 저렇게 사랑스러울까요.

제가 가진 모든 남자 복이 아들에게 몰빵된 것 같습니다.



—-


뒷 이야기.


불꺼진 방에서 잠자리에 든 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남편이 옆으로 다가 왔습니다.

남편도 한참 아들을 보다가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은 누굴 닮아 이렇게 스윗할까? 난 아닌 것 같은데.”


알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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