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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Jul 08. 2021

동생을 보며 만들어가는 자존감 한 자락

동생 가진 자, 자존감을 누려라!


나이 먹고 형제가 많으면 좋다고 해도, 당장 동생이 태어나면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 아이는 달라진게 없는데, 그저 상황이 바뀌는 바람에, ‘너는 오빠가 되어서’, ‘너는 형이니까’ 좀 더 철든 행동을 하길 바라게 된다.


나도 세자매 중 큰 딸이라 나름 ‘큰놈’의 억울함을 모르는건 아니라서.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어쩔 수 없이 내 아이가 ‘큰놈’이 되어야 한다면 이 상황이 마냥 불리하지만은 않게, 아이에게 뭔가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집이 집중하는 시간은 바로 동생이 태어나 첫돌이 되기까지!

우리는 그 시간을 활용하여 큰 아이들에게 자존감 한꼭지를 선물한다.


동생이 크는 1년 간 큰 아이들이 배우는 건 ‘사람은 모두 다르다. 나도 다르다. 그건 틀린게 아니다. 그러니 고칠게 아니다.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르다’ 라는 사실이다.


사람에게는 고유한 기질이라는게 있다고 믿는다.

다 후천적으로 생기는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물론 후천적 영향이 매우 크긴 하지만.

백지 같은 아이를 낳아 키워보면, 분명히 아이마다 엿보이는 고유한 성격적, 정서적 기질이 있다.

그건 잘못된 것도 아니고, 고쳐야 할 것도 아니고, 약간 보완이 필요할 순 있지만, 그냥 인정하면 되는 고유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기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기대’ 중에는 아이가 가진 기질과 조금 방향이 달라서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게 되는 것들도 있다.


이런 기대는 아주 소소한 일상에 녹아 있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구조물 사이를 점프해야 하는 활동을 한다고 치자.

모든 아이들은 자신 있게 점프 하는 것에 대한 ‘기대’를 받는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어떤 아이는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시도한다.

실패하면 또 하고 또 해서 성공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최초의 점프를 하기 전부터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행동한다.

또 어떤 아이는 한번 실패하고 나면 다시는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실패의 아픔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그 아이들의 기질, 성향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양육자나 교육자는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 모든 아이가 다른 만큼 일관된 지도 방법의 정답이 있는건 아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차이가 ‘고유한 특성’에 기인한다는 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 재시도를 망설이는 자신이 ‘잘못되었다’, ‘틀렸다’고 생각한다.

과감하게 시도하고 될때까지 반복하는 일이 쉬운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쪼라들게 된다.


그런데 백지장 같은 신생아 동생이 있으면 큰 아이들은 매우 쉽게 사람마다 고유함이 있다는 걸 배울 수 있다.


우리집 막내는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이 많다.

오빠들이 놀고 있으면 흥미롭게 지켜보고 같이 하고 싶어 하고, 끼여 들고 싶어서 소리 지른다.

아빠든 오빠든 누구든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관심이 간다.

그럴때마다 큰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막내는 특히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함께 하고 싶나봐. 우리 큰 아들은 이맘때 자기가 혼자 집중하는 일이 많았거든. 옆에서 누가 무슨 소리를 내든 뭔가 집중하면 엄청나게 몰입했었어.”


그러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좋았어? 아님 싫었어? 내가 혼자만 있어서 속상했어?”


질문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핵심은 ‘내가 옳은가, 틀린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럴때면, 꼭 말해준다.


“그냥 그랬다는거야. 막내는 이렇고, 너는 그랬다는거지. 사람마다 다르니까.”


아이들도 이제 막 태어난 동생에게 후천성이나 학습 같은게 없다는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 쉽게 동생의 행동이 ‘고유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너는 너고, 나는 나구나 하는 인식은 아이에게 중요한 한자락의 자존감이 된다.

이건 어른의 낙관 또는 체념과는 다른거라, ‘나는 왜 못하지’가 아니라 ‘나는 이건 좀 어려워’가 되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자신감에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의 근거에는 ‘자존감’이 있어야 하니까.


이건 큰 아이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동생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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