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퍽이나 극복되겠다
외근이 있었다.
사실 경쟁사 재직자에게 스카웃 제의를 하러 간거라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말랑말랑하고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무렵, 퇴근 시간이 되어 간다, 집에 가면 뭐하시냐 뭐 이런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전 아이가 셋인데 지금 모두 봄방학이거든요. 어휴... 겨울 방학은 학원 특강으로라도 때워보는데 봄방학은 짤 없어요. 진짜 빡센 것 같아요. 하하."
그렇군요, 와 전 하나여도 힘들던데 셋이면 어떤가요... 같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대화를 나누던 분이 잠시 화장실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그때 근처 어딘가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었어? 애가 셋이래. 헐."
"인간은 포유류가 맞다니까. 정신 차리고 살아서 그렇지 결국은 동물이야ㅋㅋㅋ"
"진짜진짜 ㅋㅋㅋ"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뭘 들은거지.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동물 같다는 말을 한거지?
아이를 많이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애를 셋이나 낳은 이유는 정신 놓고 살아서 인거고???
너무 어이없어서 순간 언어와 생각을 잃어버렸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0.78명이라고 한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줄 알았는데 더 떨어졌다던가.
언젠가 본 기사에 따르면 출산율 방어를 위한 실질적인 마지노선이 1.3명이라고 한다.
그 밑으로 떨어지면 사회 인식이 "아이는 1명이면 족하고 여차하면 안낳아도 된다"고 인식하게 되어 하락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은 1.3명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1.4명대로 올라섰다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는 인구 수가 많고 본격적인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94년생의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기사도 봤다.
그러려면 결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오늘 내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우리 사회는 그 누구도 부모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단순히 부모가 되는 것이 힘들어서-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된 것 같다.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정줄 놓은 짓이고 이성이 없는 동물 같은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다'라고 반론할지도 모른다.
애석하게도 지금 나는 '그런' 사람이 '소수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속상함을 느낀다.
(사실은 비통하다는 표현이 내 기분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지만, 그런 단어는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사회는 반드시 정책과 시스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에도 몸과 지식 뿐만 아니라 성격이 있는 것처럼, 사회에는 문화와 정서라는게 있다.
회사를 운영할 때에도 사내문화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돈을 아무리 쳐발라도 안되던게 사내문화 구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게 채용이다.
특히 사내문화가 좋으면 재직자들이 앰버서더가 된다.
주변에 회사를 자랑하고 다니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우리 멤버들의 회사 생활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채용에 유리한 브랜딩이 형성되곤 한다.
독버섯일수록 빨리 퍼진다.
소수라 해도 안좋은 생각은 유독 전염과 확산성이 좋다.
이대로라면 우리 나라 문화는 비-출산도 아니고 반-출산 주의가 될지도 모른다.
신입 국민 채용에 실패할 판이다.
덧. 누가 뭐래도 삼남매는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