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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Jun 08. 2021

아이에게 절대 하지 않는 말

"엄마가 돈 벌어야 우리 아들 장난감 사주지"

훌륭한 엄마는 아니지만, 오히려 훌륭한 엄마가 아니어서 지키는 몇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많이 해줄 수 없으니 아니다 싶은거라도 하지 말자는 마음에서 나온 것들이에요.

그 중의 하나, 이건 아이에게 절대 하지 않는 말입니다.


"엄마가 돈 벌어야 우리 아들 장난감 사주지. 맛있는 것도 먹고."


1호는 요새도 종종 잠들기 위해 누워서 울먹입니다.

"엄마, 내일 회사 안가면 안돼? 내가 학교 다녀오면 나보다 먼저 집에  있으면 안돼?"

아침에도 저보다 먼저 하고,  일찍 퇴근해서 함께 저녁도 먹지만,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고픈 모양입니다.


모르는건 아닙니다.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있는 포근함을,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전업 주부이신 엄마와 살아온 저 역시 그 포근함과 안정감을 좋아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업을 고민하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내 아이에게 나와 같은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건 일종의 죄책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꽤 오랫동안 고민해온 셈입니다.

"엄마, 회사 가지 마"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해줄 말을 말이죠.

정답이 뭔지 모르지만, 최소한 [엄마가 너 때문에 돈을 벌어]라는 뉘앙스는 전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돈을 벌어야 내 장난감을 사줘, 맛있는 걸 먹어.'

'그러니까 엄마는 나 때문에 돈을 벌어.'


이 뉘앙스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일하고 들어온 나의 모습이 언제나 즐겁진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때문에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힘든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죄책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자기 잘못도 아니고 쓸모도 없는 무의미한 죄책감인데도 말이지요.

그러다 아이가 이런 생각도 할 것 같았습니다.


'장난감과 맛있는걸 포기하면 엄마는 집에 있을까?'


사실 저는 아이의 장난감과 맛있는 음식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린 아이의 선택을 지지해 줄 수 없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좌절이고 배신이라는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솔직히 말합니다. 엄마가 일하는 이유에 대해서요.


"엄마는 일하는게 즐겁고 보람 차. 엄마는 일하는게 좋아. 엄마가 하는 일 덕분에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있어. 뭔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즐거워. 사실은 엄마도 일찍 와서 함께 있고 싶을 때가 많아. 하지만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내일의 내일의 내일의 내일까지 생각해보면 아들하고 함께 있는 것보다 일해야 할 때가 있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봐도 하루쯤 놀고 싶을 때에는 휴가를 쓰고 같이 놀자."


사실 아이는 100% 이해하지 못합니다.

"엄마는 나보다 일이 더 좋아?" 라고 묻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는,

"일보다는 아들이 더 좋아. 하지만 아들은 몇시간만 더 참으면 볼 수 있으니까 참는거야. 엄마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 엄마가 일하는 시간동안 아들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뭔가를 하면 좋겠어."

정도로 설명해줍니다.


그래서 아홉살짜리는 엄마가 퇴근하기 전까지 숙제를 해둡니다.

그래야 엄마가 오자마자 놀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 아이와의 시간을 위해, 방전 되기 전에 집에 돌아가려고 노력하고요.


사실 제가 일을 해서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 더, 외식 한번 더 하는건 맞는 말일거에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을 하는게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이건 그저 아이의 질문에, 아이가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아이와 관련된 설명을 하는 것 뿐이에요, 적어도 저는 말입니다.


엄마는 한번도 저를 키우면서,

"내가 너 때문에 집에서 이러고 산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을 희생하고 있다"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성장 과정을 행복했다고 기억하는 이유는, 엄마가 집에 있어서가 아니라,

 행복의 댓가로 죄책감이라는 짐을 짊어지지 않아서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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