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고 좋은 사람의 중요성
오늘 외부의 누군가로부터 회사에 대한 말도 안되는 루머를 들었다.
얼마나 말이 안되는 소리였냐면, 듣자마자 모든 경영진이 실소를 터트렸고, 아주 간단한 몇가지 데이터로 팩트 체크가 가능한 사안이었다.
루머를 전달한 사람조차 상당히 부끄러웠을 일이지 않나 싶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루머의 출처를 추측하다가, 퇴사한 직원이 거론되었다. 그리고 점차 유력해졌다.
나름의 복수였던 셈이다.
그런데 그 사실에 화가 나기보다, 속상하고 부끄러웠다.
그 직원에게는 비슷한 방법으로 회사를 엿먹일 수 있는 정보가 많았는데, 가장 멍청한 방법과 내용을 골랐기 때문이다.
내가 잠시나마 함께 일했던 사람이 이렇게도 저렴한 발상을 가진 하수라는 사실이, 한때 내가 그런 사람을 뽑았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나까지 저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나갔으면 잘 살 것이지 이런 짓이나 하는 게 속상하다.
저런 루머를 듣고 전달해서 사실관계를 알게 된 사람이 늘어날 수록 이 바닥에서 그 직원에 대한 무시만 늘어날텐데, 그것도 속상했다.
차라리 좀 어려운 수를 써서, 고민하고 돌파하고 해결하는 묘라도 있었으면, 차라리 마음이 더 편했을 것 같다.
이건 뭐라도 있어야 화를 내지, 아, 화가 나는 부분이 있긴 했다.
저런 얕은 수로 회사를, 나를 엿먹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에 조금 화가 나긴 했다.
어쩔 수 없이, 이 사안에 대해 그 직원의 후임자와 공유해야 했는데, 내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는 게 느껴졌다.
정말이지,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숨어버리고 싶었다.
채용에 타협한 결과다.
급한 포지션이었고, 잘 가이드하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그 쎄함을 애써 무시했다. 스타트업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일하는 내내, “뽑은 내 업보다”라고 생각했고, 퇴사를 끝으로 업보를 청산했다고 생각했다.
왠걸, 채용에 타협해서 오는 후회에는 유통기간이 정해진게 아니었다.
‘그 직원의 이력서를 보는 사람마다, 그가 우리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는 걸 알겠구나’ 라고 생각하자마자, 지금까지보다 백배는 더 부끄러워졌다.
요즘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매일 화이트 엘리펀트라는 선물교환 게임을 하고 있다.
일년 간 치열하게 일했던 멤버들과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좋은 사람들과의 내적 친밀감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 시점이라, 동료들에게 더 미안하다.
어딘가에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그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몰라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저성과자와의 1on1을 힘들어 하는 팀장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성과자를 방치하면, 다른 팀원들에게는 ‘저렇게 일해도 되는구나’라는 사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어지고, 마지막에는 스스로 ‘나도 저 정도 수준인가’하는 위기감에 멀쩡했던 직원이 퇴사를 결정하게 될 거에요.“
그런데 내가 그랬다.
채용에 타협해 버리는 바람에 모두에게 빚을 진 기분이다.
오늘의 후회가 반복되지 않기를.
2023년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막판에 어이 없는 흑역사가 한줄 생겨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