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사로 감정을 배웁니다 2.

추앙받고 싶다.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구씨와 미정의 대화

by 단비

추앙받고 싶다.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구씨와 미정의 대화


평소에 쓸 일이 별로 없는 ‘추앙하다’라는 말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유행어처럼 번졌었다.

※ 추앙(推仰): 높이 받들어 우러러봄

여주인공은 “날 추앙해요.”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푼다면 “날 높이 받들어 우러러봐요.”가 된다. 아무런 의욕 없이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일상을 살고 있던 그녀가 어느 날 추앙받고 싶다는 욕구를 큰 소리로 외친다.

미정(배우 김지원): 사람하고 끝장 보는 거 못 하는 사람은 못 한다고. 얼굴 붉히는 것도 힘든 사람한테 왜 죽기로 덤비래?

구씨(배우 손석구): 나한텐 잘만 붉히네.

미정(배우 김지원): 넌 날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뭔 짓을 못 해? 그러니까 넌 이런 빙신 같은 날 추앙해서, 자뻑에 빠질 정도로 자신감 만땅 충전돼서, 그놈한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야무지게 할 얘기 다 할 수 있게!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라고! 누가 알까 조마조마하지 않고, 다 까발려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날 추앙하라고!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한 사람

"넌 날 좋아하니까."

'넌' '내가'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한 사람이어야 한다.

걸러내지 못한 날것의 감정을 토해내더라도 걸러서 들어주고,

삐뚤어지고 심술 맞게 굴어도 잠시 그러는 거라 봐주고,

지나치게 선을 넘는다 싶으면 한 발 뒤로 물러나 기다려 주어야 한다.

세상에 적어도 한 명은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자신도 소중한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한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한다.


추앙받고 싶은 이유

자신감을 가득 채우기 위해,

가득 차고도 넘칠 만큼 자신감을 갖고 싶어서,

나 싫다는 사람한테 전혀 아쉬울 게 없도록,

남 눈치 안 보고 하고픈 말 다 할 수 있으려면,

세상에 적어도 누구 한 명은 자신을 추앙해야 한다.

자신을 추앙하는 타인이 있어야 추앙받을 만한 자신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마조마하는 까닭

자신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들킬 까봐,

이런 나를 추앙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드러날 까봐,

아무도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될까 봐 두려운 건 아닐까?


타인이라는 거울

우리는 타인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자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너무나 쉽게 물든다.

만약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고 꿋꿋할 수 있다면,

그건 자신이 세상 누군가로부터 추앙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믿어주고 소중하게 여기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 수많은 사람 앞에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사람을 일단 사회 속으로 데리고 오면 그는 곧 이전에 가지고 싶어 했던 거울을 제공받게 된다. 그 거울은 그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색과 행동 속에 놓여 있는데, 이 안색과 행동은 그의 격정에 언제 공감하고 언제 비난하는지를 항상 기록해 준다. -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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