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앙받고 싶다.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구씨와 미정의 대화
추앙받고 싶다.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구씨와 미정의 대화
평소에 쓸 일이 별로 없는 ‘추앙하다’라는 말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유행어처럼 번졌었다.
※ 추앙(推仰): 높이 받들어 우러러봄
여주인공은 “날 추앙해요.”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푼다면 “날 높이 받들어 우러러봐요.”가 된다. 아무런 의욕 없이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일상을 살고 있던 그녀가 어느 날 추앙받고 싶다는 욕구를 큰 소리로 외친다.
미정(배우 김지원): 사람하고 끝장 보는 거 못 하는 사람은 못 한다고. 얼굴 붉히는 것도 힘든 사람한테 왜 죽기로 덤비래?
구씨(배우 손석구): 나한텐 잘만 붉히네.
미정(배우 김지원): 넌 날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뭔 짓을 못 해? 그러니까 넌 이런 빙신 같은 날 추앙해서, 자뻑에 빠질 정도로 자신감 만땅 충전돼서, 그놈한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야무지게 할 얘기 다 할 수 있게!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라고! 누가 알까 조마조마하지 않고, 다 까발려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날 추앙하라고!
"넌 날 좋아하니까."
'넌' '내가'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한 사람이어야 한다.
걸러내지 못한 날것의 감정을 토해내더라도 걸러서 들어주고,
삐뚤어지고 심술 맞게 굴어도 잠시 그러는 거라 봐주고,
지나치게 선을 넘는다 싶으면 한 발 뒤로 물러나 기다려 주어야 한다.
세상에 적어도 한 명은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자신도 소중한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한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한다.
자신감을 가득 채우기 위해,
가득 차고도 넘칠 만큼 자신감을 갖고 싶어서,
나 싫다는 사람한테 전혀 아쉬울 게 없도록,
남 눈치 안 보고 하고픈 말 다 할 수 있으려면,
세상에 적어도 누구 한 명은 자신을 추앙해야 한다.
자신을 추앙하는 타인이 있어야 추앙받을 만한 자신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들킬 까봐,
이런 나를 추앙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드러날 까봐,
아무도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될까 봐 두려운 건 아닐까?
우리는 타인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자기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너무나 쉽게 물든다.
만약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고 꿋꿋할 수 있다면,
그건 자신이 세상 누군가로부터 추앙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믿어주고 소중하게 여기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 수많은 사람 앞에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사람을 일단 사회 속으로 데리고 오면 그는 곧 이전에 가지고 싶어 했던 거울을 제공받게 된다. 그 거울은 그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색과 행동 속에 놓여 있는데, 이 안색과 행동은 그의 격정에 언제 공감하고 언제 비난하는지를 항상 기록해 준다. -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