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사로 감정을 배웁니다 3.

약하다는 느낌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태훈의 대사

by 단비

약하다는 느낌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태훈의 대사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직장 내 동호인 모임으로 시작된 ‘해방클럽’의 멤버인 태훈은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 대디(single daddy)다. 그는 ‘약하다는 느낌’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딸이 자신처럼 약하다는 느낌에 속박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태훈: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6학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엄마 장례 끝나고 학굘 갔는데, 애들이 괜히 저랑 어떤 애랑 싸움을 붙였어요. 절대 날 이길 수 없는 놈하고. 덩치만 컸지 힘을 쓸 줄 모르는 애였는데, 근데...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내가 져야 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그냥 져줬어요. 부모가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팔 한 짝이 없어진 것 같더니, 엄마까지 돌아가시니까... 두 팔이 없어진 것 같더라고요.

(모두 침묵)

태훈: 혹시... 지금... 내 딸도... 팔 한 짝이 없는 것 같을까 봐... 엄마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저한테 약하다는 느낌이 생긴 것 같애요. 내가 이 느낌에서 해방돼야, 내 딸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노트에 [나의 목표: 약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라고 쓰고는 가만히 보는 태훈. 약하다는 세 글자를 까맣게 칠해 지운다.


보호자가 없음이 세상에 드러날 때

자신에게 보호자가 없음이 세상에 드러날 때, 아이는 세상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본능적으로 예감한다. '부모가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태훈의 말은 싸움에서 이기면 다수에게 내쳐져 혼자 고립될 것임을 직감했다는 뜻이다.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위치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이길 수 있어도 지는 것임을 태훈은 초등학교 6학년 나이에 온몸으로 체득했다.


나를 대신해 줄 타인이 없을 때

나를 대신해 항변해 주고, 나보다 나서서 내 입장을 남에게 이해시켜 줄 타인이 없을 때 삶에서의 선택지는 매우 좁아진다. 혼자 자신을 항변하고, 혼자 자신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애초에 남에게 맞설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싸워서 이겨도 져도 외롭고 괴로울 뿐이니, 그냥 혼자 참고, 되도록 조용히 물러서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다. 드라마 속 태훈이라는 인물도 일상의 삶에서 이길 수 있어도 져주고, 부당해도 문제삼지 않는 선택을 반복한다.


아이에게 전해질 태도의 세습

아이는 부모가 세상에 취하는 태도를 보면서 자신이 세상에 취할 태도를 만들어 간다. 태훈이 걱정하는 것은 딸이 약하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보다 세상을 대하는 아빠의 태도를 보고 닮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보호받지 못한 사람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다면 딸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될 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 두려움은 태훈에게 해방되고자 하는 의지와 이유를 제공한다.


지금 이 느낌에서 벗어나기

생명이 있는 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느끼고, 그 느낌은 늘 변한다. 달갑지 않은 느낌이 변함없이 고정되어 머물 때, 그것은 우리를 속박한다. 그 속박은 우리가 끊어낼 수 있을 때조차도 그대로 묶여 있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태훈에게는 약하다는 느낌이 그러했다. 약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난다 해도 그 느낌은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길을 터 흘려보낸 적이 있다면,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하고 흘러갈 것이다. 어떤 느낌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그 느낌을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그것이 드나들 통로를 열어두는 게 아닐까?


불행은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가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 앞에 드러낸다. - 시몬 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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