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나오지 않는 말

한 주 한 시 12. 노화일까 포화일까

by 단비

쉽게 나오지 않는 말


탈탈 털린 지친 하루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세이렌*의 노래를 부른다.


두리번 두리번

구석구석 샅샅이 살펴도

나의 설레임** 보이지 않아


물을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급기야

"저기요, 망설임 어딨죠?"


점원이 하는 말

"망설임은 없고, 설레임은 있는데요."

"아! 그거요. 그거 주세요."


언제부턴가

쉽게 나오지 않는 말들은

모두 '그거'가 된다.


노화일까?

아니야, 포화일 거야.

머리가 꽉 차서

말이 나올 길을 못 찾는 거야.

그게 노화잖아?


하얀 아이스크림은

검은 불안을 끌어안고

달지도 쓰지도 못한 채

힘없이 뱃속으로 투신한다.



*세이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님프, 매혹적인 노랫소리로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을 섬으로 끌어들임

**'설레임'은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의 제품명입니다.



작가의 이전글드라마 대사로 감정을 배웁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