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기만 한 사람 - <나의 해방일지> 중에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자신만 혼자인 것 같을 때가 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도 온전히 나의 편이 되어주지 않을 때, 순수한 마음으로 믿고 지낼 수 있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을 때, 그 누구라도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정은 바로 그런,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런 삶을 살지 않으려면 좋기만 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미정의 해방일지 첫 장에 적혀 있는 글이다.
좋기만 한 사람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사실은
다 좋아하는 게 아니다.
실망스럽고, 밉고, 혐오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 있다.
티 내지 않고 그냥 좋아하는 척 참는 것뿐
그래서 이 세상에 온전한 아군이 없다는 느낌.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런 사람을 만든다면,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을까.
진짜로 온전히 좋기만 한 사람이 있다면...
늘 혼자라고, 버려진 느낌에 시달려서 지친 내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좋기만 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런 사람을 만든다면', 여기에는 만나지는 것과 만드는 것, 두 가지 상황이 전제된다. 보통의 드라마는 원래 좋은, 멋지고 매력적인,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인물을 만나서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나의 해방일지>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좋기만 한 사람'을 만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것은 드라마 속 미정이 하는 말에서 드러난다.
[미정] : ... 당신은, 내 머릿속에 성역이야. 결심했으니까. 당신은 건들지 않기로.
[미정] : 근데 당신은 처음부터 결심하고 만난 거니까. '더 이상 개새끼수집 작업은 하지 않겠다.' 잘돼서 날아갈 것 같으면 기쁘게 날려 보내줄 거고, 바닥을 긴다고 해도 쪽팔려하지 않을 거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만 할 거라고. 당신이 미워질 것 같으면 얼른 속으로 빌었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기를,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하루도 없기를...
미정은 상대를 '성역'으로 만들어 건들지 않기로, 절대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결심하고 만났고, 그리고 그 결심을 충실히 이행한다. 미워질 것 같으면 얼른 상대를 위해 기도했다. 상대가 그 어떤 아픔과 고통도 겪지 않기를 말이다. 미정은 자신의 결심과 의지로 정말 '좋기만 한 사람'을 만들었다.
우리는 좋은 사람,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많은 사람, 그래서 좋게 느껴지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미정은 달랐다. 상대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구분하며 재고 따지는 일을 일절 하지 않는다. 그냥 모든 것에서 예외인 '성역'의 존재를 스스로 만든다. 그리고 무조건 그를 위하고 응원하는 마음만 가진다.
미정은 사랑 그 자체에 천착하기보다 사랑이 아닌 것들을 걷어냄으로써 사랑을 해냈다. 실망스럽고, 밉고, 혐오하는 감정을 들이지 않는 '성역'을 구축하고, 그 성역을 지켜냈다. 어쩌면 사랑이란 감정은 저절로 샘솟기를 기다린다면 영원히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미정은 미움과 혐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 사랑이란 감정에 도달한다. 드라마의 엔딩 장면이기도 한 미정의 마지막 대사는 다른 감정들을 모두 비울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사랑'밖에 없음을 조용하게 일깨워준다.
[미정] : 나 미쳤나 봐....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 그래서 느낄 게 사랑밖에 없어.
부정적 감정이 작동하지 않으면 자연히 긍정적 감정이 솟는다. 긍정적 감정을 얻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긍정적 감정은 우리의 자연적 상태에서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호킨스, <놓아버림> 중에서
대사 인용 출처)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대본집,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