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수집 일지 20
평소 투박한 말투의 한 선배가 하루는 아주 부드러운 어조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어봤지? 거기 나오잖아. 우리가 저 우주의 먼지보다 작은 티끌 하나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존재라고. 그러니까 ‘별일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라고. 나는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냐?’라는 속마음을 누르고, 입 밖으론 “네~~”라고 대답했다.
선배의 그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날 이후 우주 사진을 매일 본다. 뚫어져라 한참을 들여다본다. 아주 작은 먼지 속의 먼지, 그 속의 아주 작은 먼지보다도 더 작다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먼지 같은 존재 안에 우주가 들어 있다며? 모든 존재는 우주의 일부인 동시에, 우주 그 자체이기도 하다던데. 들은 적은 많으나 이해하지는 못한 말들을 떠올려 본다. ‘단박에 깨달음을 얻는다.’는 ‘돈오’라는 것이 나에게 어느 순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뭐 큰걸 깨달은 건 아니지만, 우주 사진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서 위로 같지 않았던 선배의 말이 위로로 와닿았다. 눈앞에 마주하고 들었을 땐 마음이 뾰족했지만, 돌아서고 난 후 여운으로 남았던 작은 울림은 야리야리한 파동으로 마음의 모서리를 깎아냈다. 다른 어떤 더 좋은 말을 했어도, 그 말이 나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했을 거다. 내가 필요 이상 속을 끓이며 약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선배의 염려가 먼 길을 돌아 나에게 위로로 와닿았다.
나중에 누군가를 위로하게 될 때, 바로 그 앞에서 위로가 되지 못하더라도 위로를 전하는 마음까지 거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며 어떤 파동과 얽혀서 상대에게 위로의 모습으로 가 닿을지 모르니 말이다. 우주 저 멀리서 출발한 빛이 지구의 별빛으로 도착하는 데 수백, 수천 년이 걸리는 것처럼, 누군가의 위로도 먼 길을 돌고 돌아 아주 훗날에 상대의 마음에 도착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