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많이 봤지만, 해결은 본 적이 없다.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
(직장 내 팀원 간 냉랭한 분위기를 보면서)
A: 난 이런 갈등 상황을 보는 게 너무 힘들어.
넌 이제 좀 익숙해진 거지?
B: 아무리 많이 봐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아.
갈등은 많이 봤지만, 해결되는 건 본 적이 없거든.
A: 언제까지 이렇게 살얼음 걷듯 지내야는 걸까?
B: 서로 안 보고 지내는 날까지?
A: 이렇게 어떻게 살아?
B: 그래서 출근할 때 영혼을 빼놓고 오라는 거잖아.
영혼은 어디 갈 때 들고 가야 하는 걸까?
갈등을 잘 해결해 가는 과정은 어떤 모습일까?
갈등이 없는 관계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건 서로 교류하지 않는 관계, 상호작용이 없는 관계일 것이다. 어떤 관계에서 갈등을 금기시하여 그 표출을 억누르는 경우 오히려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갈등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고,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갈등을 마주하는 게 왜 이토록 몹시 힘들까? 그것은 갈등 그 자체보다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인 건 아닐까? 우리가 그런 그림을 쉽게 그리지 못하는 것은 본 적이 별로 없어서인 건 아닐까? 갈등 해결을 보고 배울 기회, 우리에겐 그런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싸움에 임하는 노력과 태도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갈등도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의 노력과 태도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갈등 해결의 결과가 이해관계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 기울인 노력과 태도에서 보고 배울 기회가 많다면, 갈등을 마주하는 일이 조금은 덜 불편하고 덜 힘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