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깻잎은 진하고 알싸하게 맛있다.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
딸: 우와, 이게 깻잎이라고? 이건 풀잎이 아니라 완전 나뭇잎인데.
엄마: 일단 싸 먹어봐. 노지 깻잎 먹다가 하우스 깻잎은 심심해서 못 먹어.
딸: 으앗~, 코가 다 찡하네.
엄마: 그게 제맛이지. 알싸한 맛이 나잖아.
딸: 향기가 엄청 진하네.
엄마: 맛있지?
딸: 무슨 깻잎이 이렇게 두껍고 매워.
엄마: 비바람 맞고 땡볕 받으며 견딘 맛이 여리여리할 리가 있냐.
자연을 견딘 열매가 삶을 견딜 힘을 주는 거야.
많이 먹어. 두 장씩 싸 먹어.
과일·채소의 영양성분이 노지(露地) 재배인지 하우스 재배인지에 따라 차이가 날까?
문득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노지(露地)'와 '하우스’를 동일 조건에 놓고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한다. 하우스의 개폐 시설이 많이 발전해서 자연광 노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병해충 예방 측면에서는 하우스가 노지보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영양성분이 더 잘 보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햇빛과 비바람을 견디기 위해 생존력을 높이는 성분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노지 채소의 향미가 더 강하다는 설명도 있기는 했다. 이것을 내가 과학적으로 검증할 도리는 없지만, 나의 미각적 검증으로는 노지 채소가 하우스 채소보다 확실히 더 진하고 알싸하게 맛있는 건 사실이었다.
여기에 심리적 검증을 보태자면 노지 채소에는 화학기호로 표현되지 않는 특별한 영양소가 들어있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것을 먹는 이에게 삶을 견딜 힘을 주고자 하는 엄마의 정성과 바람이 너무나 강력해서 말이다. 볼이 터질 듯이 입안 가득 넣어진 채소쌈은 삶을 견딜 힘과 함께 꿀떡꿀떡 삼켜져 뱃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