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한 시 5. 700인분 동지 팥죽을 쑤어 나눠주신 어른들
가장 긴 밤을 위해
가장 큰 솥을 걸고
가장 센 불을 지펴
아주 오랜 생을 위해
아주 기쁜 노를 저어
아주 진한 죽을 쑨다
씻으랴 불리랴 삶으랴 고된 수고에 허리는 굽고
칠칠이 팔팔이 불러대는 웃음에 주름은 늘고
칠순 팔순 어른들의 하루는 줄었다.
팥이 혼자서 죽이 될 리 없고
죽이 혼자서 맛이 날 리 없으니
죽 된 것도 맛난 것도 어른의 하루 덕분이라
어른의 하루로 맛을 입은 팥죽은
혀에 얹혀 목을 타고 기억으로 들어가
붉게 폼 잡으며 다시 떠오를 동짓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