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 밤을 위해

한 주 한 시 5. 700인분 동지 팥죽을 쑤어 나눠주신 어른들

by 단비

가장 긴 밤을 위해

가장 큰 솥을 걸고

가장 센 불을 지펴


아주 오랜 생을 위해

아주 기쁜 노를 저어

아주 진한 죽을 쑨다


씻으랴 불리랴 삶으랴 고된 수고에 허리는 굽고

칠칠이 팔팔이 불러대는 웃음에 주름은 늘고

칠순 팔순 어른들의 하루는 줄었다.


팥이 혼자서 죽이 될 리 없고

죽이 혼자서 맛이 날 리 없으니

죽 된 것도 맛난 것도 어른의 하루 덕분이라


어른의 하루로 맛을 입은 팥죽은

혀에 얹혀 목을 타고 기억으로 들어가

붉게 폼 잡으며 다시 떠오를 동짓날을 기다린다.


2025.12.22. 동지 팥죽 쑤는 칠칠이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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