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대화 21. 말이 씨가 된다

감정을 유리하게 표현하는 방법

by 단비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정답 같은 표현이 있을까?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은 아닐까?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A: 실수할까 봐 두려워. 넌 두렵지 않아?

B: 실수를 안 하고 싶지.

A: 발표 망치면 어떡하지? 넌 걱정되지 않아?

B: 발표를 잘하고 싶지.

A: 두렵고 걱정되긴 한 거야?

B: 실수 없이 발표 잘하게 되는 씨앗을 심고 있는 거야.

두렵다고 하면 진짜 두려워지고, 걱정된다 하면 더 걱정하게 되더라고.


남는 생각

발표를 앞두고 긴장되는 감정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성공적인 발표에 대한 욕구나 욕심일 수도 있다. 또는 이전의 경험들로 인해 자신감이 위축된 것일 수도 있고, 타인의 시선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여러 이면의 모습을 담고 있는 감정에 대해 우리는 습관적으로 '두렵고 걱정된다.'는 말로 표현하게 된다.


'말이 씨가 된다.'라고 한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씨앗이 되어 그에 따른 결실을 가져온다. 자신의 바람과 의도를 담아 말하는 것은 원하는 결과를 가져 올 씨앗을 심어두는 것과 같다. "실수할까 봐 두려워."라는 말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고, "실수를 안 하고 싶어."라는 말에는 원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같은 감정의 지점에 있더라도 작은 말 한마디의 차이가 그 감정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감정은 정확하고 분명한 모습을 가지고 일어나지 않는다. 불분명한 그 모양과 형태를 규정하는 건 우리의 '말'일 때가 많다. '말'을 통해 감정을 유리하게 표현한다는 건 그 감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는지 자신의 욕구와 바람을 들여다보는 일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당신은 무심코 반복하는 말로 인해 어떤 감정에 붙잡혀 있지는 않습니까?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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