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대화 20. 우문현답(愚問賢答)

어른이 걱정할 때, 아이는 기대했다.

by 단비

어른은 왜 사람들 중에는 싫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전제할까?

초등학생의 교우관계는 싫은 친구가 있기 때문에 힘든 걸까, 좋은 친구가 없기 때문에 힘든 걸까?


(초등학생의 교우관계를 염려하고 있는 어른이 한 질문)

어른: 만나온 친구들 중에 좋았던 친구는 몇 퍼센트(%) 정도인 것 같아?

아이: 중간에 전학을 가서 길게 만나지 못한 친구도 있어서요,

좋은지 싫은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아요.

어른: 아, 그렇구나. (한 방 맞은 기분)

그러면 사람들 중에는 좋은 사람과 싫은 사람 비율이 어느 정도일 것 같아?

아이: 저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요,

앞으로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될 거란 기대가 있어요.

어른: 아, 그렇구나. (두 방 맞은 기분)


남는 생각

어른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자신이 경험한 세상에 아이를 미리 대비시켜 주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어른이 경험한 세상과 많이 다를 것이다. 아이가 만날 사람도 어른이 만났던 사람들과 많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준비시켜 줄 수 있을까?


어른이 걱정하고 있을 때 아이는 기대하고 있었다. 어른은 그 순간에도 아이의 기대가 실망이 될까 봐 염려한다. 그렇다고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를 갖지 말라고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확고하게 믿으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친구를 반드시 만날 거라고, 아주 많은 좋은 친구들이 생길 거라고.


다음에 아이와 얘기를 나누게 된다면, 좀 더 좋은 질문을 하고 싶다. '어떤 친구를 만나고 싶어? 그 친구와 무엇을 함께 하고 싶어? 그 친구가 힘들 때 너는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아?' 등등. 아이에게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일까? 어른은 아이에게 답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물어봐주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당신은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하시겠습니까? 어른의 어떤 질문이 아이를 큰 어른으로 이끌까요?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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