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승낙이 아니라 어려운 거절을 선택해야 할 때
거절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기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이가 있고, 쉽지 않지만 거절을 하는 이가 있다.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거절을 하는 것도 모두 선택이다. 무엇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걸까?
(직장에서 업무 협의를 마치고 나오며)
A: 넌 어떻게 못 하겠단 거절을 그렇게 쉽게 하냐?
B: 넌 어떻게 매사 다 하겠단 수락을 그렇게 쉽게 하는데?
A: 다 하겠다고 수락하는 게 어디 쉽겠냐?
B: 못 하겠다고 거절하는 건 어디 쉬운 줄 아냐?
A: 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잖아.
B: 넌 그렇게 해서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잖아.
난 못하는 걸 못한다고 해도 존중받고 싶은 거고.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 상대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도, 또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책임감이 유독 높을 수도 있다. 혹은 갈등 상황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불편감을 다른 사람보다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하지 못하고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 사람들의 호감과 신뢰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심신의 소진이나 스트레스가 쌓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타인의 요구를 우선시하고 습관적으로 승낙을 하다 보면, 어떤 날엔 자신의 필요와 감정을 돌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어떤 부탁에 대한 거절을 단순히 자신의 편의를 꾀하는 얄팍한 이기심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관계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쉬운 승낙이 아니라 어려운 거절을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거절을 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조금 불편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