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나무를 지탱하듯, 나의 생각은 뿌리가 되어 나를 지탱한다.
우연히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떤 이는 불길함을 예상하고, 어떤 이는 행운을 기대할까?
(중요한 행사를 준비하는데 비싼 장식품이 와장창 깨졌다.)
A: 어떡해. 이렇게 중요한 날에. 왠지 불길하네.
B: 행사가 크게 성공하려나 보네. 좋은 징조 같은데.
A: 좋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구. 이 장식품 값만 해도 얼만데.
B: 그 장식품 값보다 더 값진 결과가 있으려나 보지.
A: 모든 걸 좋게만 생각하는 게 답일 순 없어.
B: 답이 있는 일이라면 그 답을 찾겠지만.
답이 없는 일은 좋게 생각하는 게 답이던데.
뿌리가 나무에게
이현주
네가 여린 싹으로 터서 땅속 어둠을 뚫고
태양을 향해 마침내 위로 오를 때
나는 오직 아래로
아래로 눈먼 손 뻗어 헤치며 내려만 갔다
네가 줄기로 솟아 봄날 푸른 잎을 낼 때
나는 여전히 아래로
더욱 아래로 막힌 어둠을 더듬었다
네가 드디어 꽃을 피우고
춤추는 나비 벌과 삶을 희롱할 때에도
나는 거대한 바위에 맞서 몸살을 하며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바늘 끝 같은 틈을 찾아야 했다
어느 날 네가 사나운 비바람 맞으며
가지가 찢어지고 뒤틀려 신음할 때
나는 너를 위하여 오직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었으나.
나는 믿었다
내가 이 어둠을 온몸으로 부둥켜안고 있는 한
너는 쓰러지지 않으리라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고, 겪어야 할 일은 겪을 수밖에 없다. 마음이 다치고 몸이 상하며 울음을 토할 때 생각은 깊은 어둠 속을 파고들어 내려가 단단히 뿌리내린다. 높고 굵은 나무일수록 뿌리가 깊고 넓은 것처럼 사람의 생각도 그러하다.
뿌리의 건재함은 나무의 외관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생각의 깊이 역시 사람의 외연을 통해 드러난다. ‘모든 동작은 자기 속을 내보인다.’는 말이 있다. 어떤 생각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는 모든 순간에 드러날 것이다. 자신이 자기의 생각을 알아채지 못하는 때조차도 말이다.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