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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Aug 24. 2018

왜 우리는 긴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 된 걸까?

하나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의 끝까지 간다는 건 무엇일까




하나의 질문에 대해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연습






인간은 곧 두 분류로
나누어지게 될 것이다.

바로 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과
긴 글을 쓸 수 없는 사람



어느 날 지인의 블로그에서 본 글이다. 사실 이 글을 보면서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긴 글을 써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가? 과연 긴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긴 글 대신 간단명료하게 쓰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신조어가 나온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심지어 카톡을 주고받을 때도 ‘알겠어’ 대신 ‘ㅇㅋ’라고 대답하며, ‘아니야’ 대신 ‘ㄴㄴ’를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다. 긴 글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짧은 문장을 더 짧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트위터를 통해 140자의 짧은 글을 써보기도 했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동영상 위주의 콘텐츠를 올리기도 해 봤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은 어떤가? 사진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키워드를 연결해 하나의 글을 적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설명해 줄 짧은 키워드를 #과 함께 입력한다. 사진 몇 장과 짧은 문구만 있어도 우리는 이해하고 소통한다. 구태여 길게 쓸 필요가 없는 이유다. 고민을 해서 길게 쓴 글은 읽히지도 않는다. 더 짧게, 간결하게, 이해하기 쉬운 것들만 읽히고 보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왜 우리는
긴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 된 걸까?


왜 긴 글에 대해 부담이 생긴 걸까? 매일 일상에서 만나는 단어들을 깊이 생각할 필요와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잠깐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지친 삶은 사람들에게서 생각을 빼앗아 갔다. 도저히 생각할 틈이 없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 바쁘다. 생각을 해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넓어지는데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고 하는데 언어의 온도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단어에서 온도를 느끼겠는가.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저 사치인 단어일 수도 있다. 사랑에 대해 밤을 새 가며 이야기해도 시간이 부족한 반면, 그냥 좋았다는 한마디로 끝날 수도 있다. 당신에게 사랑은 어떤 단어인가? 사랑에 대해서 끝까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오늘 당장 사랑에 대해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끝까지 가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관한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단어를 놓고 생각의 끝까지 가게 되었을 때 우리가 생각하고 쓸 수 있는 글은 상상 이상이다.


한 예로 프랑스에는 ‘바칼로레아’라는 시험이 있다. 바칼로레아는 무려 나폴레옹 시절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학 입학 자격시험 제도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1. 모든 진리는 결정적인가

2. 우리는 진실을 포기할 수 있는가

3. 문화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4. 욕망은 우리의 불완전함에 대한 표시인가

5. 우리는 예술에 대하여 무감각할 수 있는가

6. 정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불의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가


“바칼로레아는 하나의 질문에 대해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연습이다” EBS 다큐멘터리 ‘시험’에서 프랑스 학생이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바칼로레아가 당장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경험은 살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정말 놀랐는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연습이라니. 이런 것은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대체 하나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의 끝까지 가본 적이 있기는 한가, 정말 깊게 고민하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 생각을 글로 써본 것은 언제인가. 생각의 끝까지 가본 다는 것은 나의 내면에 대해서 그만큼 깊게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삶 속에서 매일 마주하는 단어들과 일상을 단순하게 넘기지 말고 끝까지 가보는 연습을 하는 삶이 되길 바란다. 하나의 질문에 대해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연습, 현재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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