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요 위에서 사지를 버둥대며 울고 있습니다. 손에 쥐고 있던 비즈를 냅다 집어던지고 아기를 품에 안았어요. 굵은 눈물방울이 옷자락 위로 뚝뚝 떨어집니다.
우리 예쁜 공주님을 누가 울렸을꼬.
아기를 한 팔로 안고서 벽에 붙어 앉아 티셔츠를 걷어 올려요. 거추장스러운 브래지어도 올려 젖히고 아기 입 근처에 유두를 가져다가 톡톡 두드립니다. 조그만 입이 동그랗게 오므라들면서 혀가 날름날름 움직여요. 아무래도 배가 많이 고프지 싶은데 왜일까요, 아기가 젖을 빨지 않네요. 유두를 입술 위에 문지르고 직접 입 안으로 넣어줘 봐도 요지부동이에요. 억지로 유두를 물려서인지 아니면 지금 물고 있는 게 빈젖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서인지 아기가 도리질을 하며 고개를 뒤로 젖혀댑니다. 더는 안 되겠어요. 얼른 분유를 타 줘야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죠.
집 안에 웬 연기가……
젖병!
아기를 도로 눕혀두고 부리나케 부엌으로 가 밸브를 잠갔습니다. 젖병이 든 냄비를 개수대에 넣고, 찬물을 세게 튼 뒤 이 집의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활짝 열었습니다. 얼른 연기가 빠져나가야 할 텐데요. 부엌으로 돌아와 수도꼭지를 잠갔습니다. 냄비에 가득 찬 물을 쏟아내고 보니 젖병이 녹아서 냄비 바닥에 눌어붙어 있어요.
으아앙―
이를 어쩌나. 아기가 자지러질듯이 울어요. 나 같은 년이 무슨 엄마 노릇을 하겠다고…… 배가 고파 악을 쓰며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요.
왜.
언니한테는 다 있는데.
그렇게 누워만 있지 말고 대답 좀 해봐요, 언니.
그래요. 알겠어요. 애초에 이것도 저것도 내 몫이 아니었다, 이건가요.
피붙이도 없고, 피붙이를 만들어낼 재주도 없고, 가진 거라곤 오로지 넘치는 불운뿐이죠. 진득한 불운만이 온전한 내 몫인 양 무엇 하나 속 시원히 풀려본 적이 없습니다. 여태 그래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불운은 언제나 그 어떤 조짐이나 전조 없이 와락 달려들거든요. 마치 바이러스처럼. 내 자궁이 질병의 침략으로 별안간 제거되었듯이 나는 어제도 오늘도 두 눈을 멀쩡히 뜬 채 코를 베였습니다. 어쩌면 번번이 당하면서 알량한 예감조차 하지 못하는 내가 진짜 문제인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다고요. 난,
정말 몰랐어.
방금 재워 눕혔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애가 갑자기 숨이 넘어가게 울어?
몰라. 난 몰라. 아기 울음소리에 놀라서 비즈를 쏟은 사람은 언니였잖아. 그대로 아기방으로 달려가다 혼자 미끄러진 사람도, 거꾸러진 사람도 언니였다고.
아니야.
나 아니야.
내 탓 아니야.
불운. 불운이야. 이 집에 괴물 같은 불운이 왔어. 가진 거라곤 불운밖에 없는 나도 태어나 처음 보는 거대한 놈이어서, 정말이지 깜짝 놀랐어. 너무 놀라서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까 언니가 눈을 까뒤집고 나를 쳐다봤잖아.
근데 왜 다들 내 탓만 하는데? 왜 언니가 가진 걸 나는 못 가지는데?
그래, 그거다. 신이 우리를 이 땅에 내려보낼 때 깜빡 실수를 한 거지. 그걸 이제야 눈치채고 지금이라도 우리가 원래 자리를 되찾도록 불운을 보낸 거야.
그러니까 언니, 이제 그만 일어나. 일어나서 어디로든 가. 언제까지 거기 누워 있을 작정이야. 혹시 걱정돼서 그래? 우리 공주님하고 그이한테 내가 해코지라고 할까 봐? 걱정도 팔자다. 내가 그 두 사람을 얼마나 원하고 사랑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 그나저나 그이는 언제 오려나. 오늘 새벽 비행기로 공항에 도착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분명 본 것 같은데.
삐, 삐, 삐, 삐.
어머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옛말이 그른 데 하나 없다니까. 나도 모르는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언니 말고 누가 또 있겠어.
안 그래요? 여보.
<우리 집에 어서 오세요>는 이것으로 완결입니다. 늘 함께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주는 개인 사정으로 휴재하고, 다다음 주에 새로운 소설로 찾아뵙겠습니다 :)
*<우리 집에 어서 오세요>에 쓰인 상단 이미지는 Pixabay에 게시된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