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사며 관련 영상을 찾아보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 수가 한둘이 아닐뿐더러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저승으로 가 버렸고, 가해자의 명성에 가려졌던 범죄 행각이 외신에 의해 세계적으로 공론화되었다. 직접적 가해자가 사라졌으니 대응해야 할 주체는 방조자이기도 한 소속사인데, 적합한 대처는커녕 느물느물 우왕좌왕……. 그러는 사이 피해자뿐 아니라 소속 아티스트를 향한 2차 가해까지 시작되어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다. 머리가 펑 터질 것 같았다.
나, 진짜 덕질 계속할 수 있을까?
그야 엄밀히 말하면 이건 가해자와 소속사의 문제이지, 갓 데뷔한 소속 아티스트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최애를 덕질하며 무언가를 소비했을 때 이익을 보는 대상은 오로지 최애뿐인가? 그럴 리 없었다. 죗값을 치르지 않고 죽음으로 도망친 가해자가 세우고, 그 방조자가 운영해 온 소속사도 이익을 얻는다.
그 사실을 뻔히 할면서 저 소속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소비해도 되나? 타인의 존엄을 짓밟은 자가 대표였고, 그 자를 추앙하다시피 하는 곳에서 나오는 굿즈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 생각할수록 복장이 터졌다.
나는 비거니즘을 지향하고부터 인간을 향한 가해와 착취에도 훨씬 예민해졌다. 앞서 소개했다시피 비건은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며, ‘동물을 착취하여 얻은 것’을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자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동물’에는 당연히 인간도 포함된다.
너무 당연하여 종종 간과되는 것이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이 아닌가 한다. 개념적으로 생각해 봐도 인간은 동물에 포함되지만 인간이 동물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두 개념을 분리해 생각한다면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로 나눌 수 있을 따름이지, 인간이 동물의 범주에서 벗어날 순 없다.
솔직히 말하면 비거니즘을 접하기 전에는 오히려 인간이 끔찍했다. 인간이 벌인 잔혹한 행위를 접할 때마다 인류애가 사라져서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싫을 정도였다. 악마도 인간 앞에서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랬는데 비거니즘을 알고부터 오히려 인류애가 점점 커졌다. 타자를 해치고 무시하기보다는 아끼고 존중하려는 사람들이 실재한다는 걸, 꽤나 많다는 걸 깨닫게 돼서다.
그러니까 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마음으로 많은 불매를 해 왔고, 하고 있다. 불매야말로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개인이 택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의사표현 수단이자 정치적 행동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덕질하는 대상이 좋아하는 마음을 물욕으로 치환해서 눈덩이처럼 불려 버리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 있다는 점이었다. 최애를 향한 소비가 내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는 것. 내 소비가 최애의 인지도를 올리고, 그가 바라는 꿈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그걸 바라서 한 소비가 저 망해 마땅한 소속사의 배를 불리고, 행보를 지지할 수도 있었다.
속이 타들어 갔다. 이만 생각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덕질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좋아서 시작한 덕질 때문에 머리를 감싸안고 끙끙 앓던 와중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한국에서 최애의 생일 카페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 오늘의 덕질 일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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