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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MLOCKED Apr 05. 2016

정신을 차린 후 드는 생각들..

"내가 감히 오빠가 얼마나 아픈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만, 미안해"



사실 바람피우고 나를 여러가지로 기만했던 그 사람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 한번은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던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본인이 벌여놓은 일련의 사건들과 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하는 도덕/양심의 선을 생각해보면 위의 대답은 내게 있어서 위의 사진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실제 문제가 됐던것은, 저 문장 뒤에 뱉었던 말들이겠지.


지금은 이미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고 조금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때 있었던 일들을 곱씹어 보게 된다. 적어도, 이 문제의 시발점은 알고 싶단 생각에 매일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내키지 않는 기억들을 꺼내어 되새겨본다.


연애의 시작이 아직도 아름답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까닭은, 그 사람이 그만큼 순수하고 깨끗하고 어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보자면, 앞의 수식어는 다 빼고 어렸다..는 생각만 남는다. 변치 않고 영원히 사랑하자고 하루에도 몇번씩 내뱉던 말들과 일상적으로 주고 받았던 대화 안에서도.. 사실은 온통 거짓말 뿐이었다. 상황을 좀 더 이성적으로 보지 못하고, 감성에만 치우쳐 언제든 돌아서거나 했던 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워담을 수 있는 "어린아이"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나 자신이 문제였겠지.


충분히 주의하고 경계하고 조심할 수 있었는데.. 그때의 어려웠던 내 상황이,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그 사람을 나의 피난처로 오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별도, 바람도, 나를 기만했던 그 모든 행동들도 우리가 점점 멀어지는 상황, 다시말해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왔다. 내가 극단적인 생각과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것 모두.. 믿음을 기반으로 했던 사랑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내 이성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아니었을까. 



20대때는 그냥 훌훌 털고 일어나면 될 작은 사건이었겠지만, 서른이 넘어버린 지금은 그에게 투자한 시간이 안타깝게 느껴져 마음이 편치 못하다. 쿨하게 넘어가지 못하는걸 보면 내 그릇은 여전히 작은 모양.


사실 예전 같았으면, 매일밤 술을 앞에두고 감성에 젖어 멋드러진 문장으로 이 상황을 표현하려 했었겠지만.. 이젠 그런 감성조차 남아있지 않고 현실과 삶에 치여 살아가야하는 지금 이 상황이 싫고, 나 자신도 싫다.


* 사실 단화 매거진은 본 연애와 관련이 없습니다. 20대때 적어놨던 글들을 내킬때마다 하나하나 옮겨놓고 있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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