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가 늘었다는 알람을 보고 느낀 점
새로운 독자가 내 브런치를 구독했다는 알림이 왔다. 하지만 전체 구독자 수는 늘지 않았다. 그동안 그런 알림이 네댓 번 왔었는데도 구독자 수는 그대로였다. 오류가 없는지 고객 센터에 문의해 봤다. 구독 해지했을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희망을 놓지 않고 구독자 수를 세어보기로 했다! 충분히 셀 수 있는 숫자였다. 세어 보니 한 명도 어긋남 없이 그대로였다.
오늘 처음으로 구독자 닉네임을 하나하나 보았다. 다들 이름이 있었구나. 그들은 단순한 숫자의 일부가 아니었다. 저마다 글을 향한 애정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몇 년 전 잡지팀에서 일할 때 가수 장기하를 인터뷰했다. 장기하는 신인 시절에 1명 앞에서 공연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몇 명 앞에서 노래하든 늘 같은 마음이었다고, 더 적거나 더 많다고 해서 마음이 달라지진 않았다고 했다.
좋은 글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 그것도 물론 좋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싶고 기억되고 싶다는 열망은 내 안에 여전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일까?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공유되는 글만이 훌륭한 글은 아니다. 그렇다면 글 쓰는 사람은 '대중'이라는 막연하게 뭉뚱그려진 독자, 또는 '좋아요'의 노예가 되어, 내가 오해한 대중의 기호대로 맞춰 그런 글만 쓰려할 것이다. 니체의 책이, 최승자의 시가 지금 적은 사람에게 읽힌다고 해서 그들 책의 가치가 빛바래는 법은 없다.
남이 알아주든 말든, 1명 앞이든 1만 명 앞이든 정성 들여 노래할 수 있다면, 내 글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고, 독자가 지금 앉아있는 자리에서 일어나 좋은 행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기 된다면...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남에게 털끝만큼, 쌀알만큼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 이런 내 목적에 맞게 글을 쓰고 읽기 좋게 다듬었다면, 그것도 지금 당장 내가 쓰고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글이다.
훌륭하게 써야겠다는 그 생각이 오히려 훌륭한 글을 가로막는다. 나는 그저 매일 쓰면서, 이 습관이 내 몸에 배어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