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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Jul 20. 2023

사랑이란

50일 된 우리 아기를 보며 느낀 점 

어제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떴다. 요즘 나는 거실에서 아기와 함께 잔다.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맑았다. 엊그제 오후까지 내리던 비는 완전히 그쳤고, 50일을 맞이한 아기가 칭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아기의 배가 홀쭉한 지 확인하고 기저귀를 갈았다. 한 달 전엔 기저귀도 못 갈았지만, 이젠 우리 아기 전문가가 되어간다. 기저귀 갈아주는 일은 가장 쉬운 일이 됐다. 매일 목욕시키기는 아직도 좀 어렵다. 모유와 분유를 적절히 혼합해 수유하는 법도 익히고 있다. 글로는 배울 수 없고, 몸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을 배워간다. 


나는 우리 아기가 참 좋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푹 자는 내가 새벽같이 일어나는 이유는 오로지 아기를 잘 먹이기 위해서다. 바쁘긴 해도 내게는 건강하고 기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이 모두 아기에게 전해질 테니까. 이렇게 몰입하고 집중할 대상이 있으니 잡념이 사라진다.

 

나는 사랑도 많고 화도 많은 사람이다. 내 성격이 뜨겁기 때문에, 내 온도보다 뜨뜻미지근한 이 세상 사람들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다. 거의 평생 이런 나의 뜨거운 마음을 절제하고 다스리려 애쓰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기에게는 내 사랑을 절제할 필요가 없다. 최고의 사랑을 쏟는다면 이 아이는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까? 돋보기로 태양빛을 모으듯 내 사랑을 아기에게 집중시킬 것이다. 처음 아기를 낳았을 땐 행복했던 한편 '낯설다'는 감정도 앞섰다. 하루하루 아기를 끌어안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을 물리고 어루만지다 보니 자연스레 아기와 이 상황에 친숙해진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것? 잠결에 입을 오물오물거리는 아기를 보면, 내 마음은 볕 좋은 날 공원에서 어린이가 쉼 없이 불어대는 비눗방울로 꽉 차는 느낌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이도 자라고, "일어나라니까!"라면서 아이 귓불을 잡고 흔드는 순간도 올 것이다. 바라만 봐도 기분 좋지 않은 날도 있을 텐데, 그렇다면 사랑은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것'이라고 정의 내릴 순 없다. 


마지막 순간에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랑일까? 뭐든 다 주고 싶은 것? 내가 대신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랑일까?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자주 변하기 때문에, 궁극적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비워지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는 우물 아래에 거대한 바다가 있고, 나는 내 몸이라는 작은 바가지로 우물에서 사랑을 길어 올린다. 퍼내도 퍼내도 화수분처럼 샘솟는 우물에서. 이게 내가 지금 생각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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