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예정일 이틀 전, 아빠의 레시피대로 끓여봤다.
출산 예정일 이틀 전,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다.
아침엔 갱죽을 끓여 먹었다. 주말 아침 가끔씩 아빠가 끓여주던 김치죽이다. "너흰 갱죽 모르재?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우리 어릴 적엔 많이 먹었다." 갱죽을 끓이며 신난 아빠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먹을 것이 없었으면 그런 것을 먹었어요?" 선산이 코앞에 보이는 내륙에서 자란 아빠와 달리, 엄마는 해수욕장과 갯벌이 보이는 바다마을에서 자랐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냄비에 약간의 물과 밥과 김치를 넣고 끓이면 된다.
갱죽을 끓이겠다며 싱크대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은 유튜브로 '백종원 김치죽'을 검색했다. 남편은 뭐든 정석이다. 요리법도 꼼꼼히 예습하고 그대로 따른다. 반면에 나는 내 맘대로 재료를 넣고 뺀다. 맛보다가 심심하면 까나리액젓도 넣어본다. 갱죽도 그러면 된다. 딱히 레시피랄 게 없다. 첫째, 김치냉장고에서 맛있게 익은 김치를 꺼내 잘게 썬다. 둘째, 밥솥에 남은 밥, 달걀, 참기름 반 스푼, 국시장국, 국간장, 얼마 전에 파스타에 넣었다가 남은 브리치즈를 털어 넣으면 완성이다. 이 세상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인데, 이런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맛있었다. 밥을 양껏 넣었더니 한솥 먹은 느낌이었다. 내가 끓인 것도 맛있지만, 그래도 아빠가 끓여주던 게 좀 더 맛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