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타이틀 얻으려고 고상하게 쓰진 않겠다.
매일 글 쓴 지 42일째.
새해부터 글쓰기 모임 회원들과 100일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끼리 쓰는 카페에 맨날 글을 올린다. 완성도는 생각하지 않는다. 흘러나오는 대로 쓴다. 100일 글쓰기만큼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나의 즐거움을 위해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 있다. 일할 때 쓰는 기사는 다르다. 먼저 자료를 조사하고, 개요를 쓰거나, 머릿속으로라도 얼추 틀을 잡아놓고 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글쓰기와 기사 쓰기는 평가의 연속이었다. 말로는 '월급 받는 수단'이라며 쿨한 척했다. 하지만 글은 나 자신 곧 그 자체였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좋아야 훌륭한 결과가 나온다. 인정욕구를 올바르게 관리하지 못하면 괴로워진다. 글쓰기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곧 나 자신이 모욕당한 듯한 불안함과 괴로움에 시달리게 된다.
신입 에디터 시절엔 정말 잘 쓰고 싶어 24시간 카페에서 밤새 퀭한 눈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기사를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설렘과 재미는 사라져 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그런 식으로 휙휙 쳐내고 싶진 않았다. 내겐 새로운 생활 방식과 새로운 삶이 간절해졌고, 그래서 8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퇴사했다.
'글쓰기가 조금이라도 덜 부담스러운 것, 덜 미루고 싶은 것이 되면 좋겠다...'
시작 전엔 그 정도만 되어도 성공이란 마음이었다.
1. 잘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게 된다.
흘러나오는 대로 쓰다 보니, 내가 보기에 편안한 글을 쓰게 된다. 그럴듯한 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솔직한 마음이 담겨있다.
2. 수정해서 더 발전시키고 싶은 글들도 생긴다.
예전에는 뭘 쓸지 고민하다가 한 글자도 못 썼다. 글쓰기 주제와 소재를 찾는데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러다 지쳐서 쓰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젠 하루 중 떠오르는 것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둔다.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도 쓰고 싶는 소재를 자연스레 발견한다. 그렇게 몇 십 개가 쌓이자, 이 중 골라서 발전시키고 싶은 글들이 생긴다.
3. 파워 블로거 말고, 헤비 블로거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내 글이 고상하고 대단하길, 놀라운 통찰을 담길 바랐다. 글은 곧 나니까. 하지만 헤비 블로거의 덕목은, 가볍고 편안한 글들, 즉 비싸지 않은 소박한 글들을 매일 써서 올리는 꾸준함이다. 안 팔려도 좋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꾸준하게만 써보자. 꾸준하게 하는 것만큼은 해볼 만한 일인 것 같았다.
헤비 블로거에 관한 힌트를 얻은 계기는, 남편이 쓴 기사를 읽고서였다. 현재 남편은 1년 넘도록 매달 책 5권을 읽고 책 리뷰를 웹사이트에 기고한다. 아래는 남편이 <이중 작가 초롱>이란 책을 읽고 쓴 기사의 일부다.
‘이런 소설을 여덟 편이나 써내다니! 역시 소설은 재능인가?’ 성급한 결론을 내릴 즈음 책 끝에 붙은 작가의 말을 읽었다. 만만찮은 책을 써낸 저자답지 않게, 저자는 글과 소설이 만만해지는 세상을 상상한다. 그는 “헤비 블로거”였다. “읽는 사람이 열 명이 안 되는 블로그”에 밤을 새워 글을 쓰던 때가 있었고, 아직도 좋아하는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오면 설렌다. 본인 글의 뿌리는 “문학이 아니라 포스팅”이라 말하는 그에게 글은 “친구 같은” 무엇이다. “기록하고”, “비약하고”, “거짓말하고”, “화려하게 살리고”, “싱겁게 씻어내”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 가만있자, 내 블로그 주소가 뭐였더라…
4. 같이 쓸 수 있어 다행이다.
띠동갑 글쓰기 회원들과 함께 쓸 수 있어 다시 한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쓰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꾸준하게 써나갈 순 없을 것이다. 글을 읽는 재미도 다시 알아간다. 오늘은 어떤 글이 올라왔을까? 궁금해하고 기대하며 카페에 들어온다. 그리고 올라온 모든 글들을 읽는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모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