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술사가 조언한 말
4~5년 전쯤에 회사 동기와 이태원에서 타로를 본 적이 있다. 당시에 용하다고 입소문이 난 바람에 30분이나 줄을 섰다. 기다림 끝에 들어간 곳에서 타로술사는 내게 말했다. “너는 남들이랑 주파수가 좀 다르구먼?” 그런 말을 들으면 다들 움찔할 거다. 저마다 누구든 남들과 다른 부분이 왜 없겠는가? 여하튼 타로술사는 내가 특이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너는 남들과는 달라. 남들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 그게 이상한 건 아니야. 라디오 주파수 채널이 다를 뿐이야." 타로술사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성공하려면 주파수를 남에게 맞춰주면 안 돼. 유행 따라가지 마. 너 주파수대로 밀어붙여야 돼. 그럼 성공해.”
4~5년이 지난 지금, 성공은 뭘까? 나 아직 세속적 성공은 거두지 못한 것 같은데… “저기요, 저 언제 성공해요?”라고 물어볼 타로술사는 자취를 감췄다. (그 타로 가게엔 간판도 없었던 것 같다.) 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올렸다. 20분 동안 조회수는 0이다. (10분밖에 안 지났는데도 전전긍긍하는 걸 보니 나도 참 급하다.) 역시 나만 좋아하는 노래일 뿐, 남들은 별로 관심 없는 걸까? 나는 블랙핑크도 좋아한다. 블랙핑크에 관한 글을 올리면 조회수가 올라가려나? 돌이켜보면 직장에서 하던 일이 그런 것이었다. 독자들이 좋아한다고 믿는 것에 관해 기사 쓰기. 때때로 독자는 너무 크게만 느껴졌고, 실체가 없다고도 느껴졌다. 직업이 에디터인데, 재미없는 것만 좋아하는 것 같은 내가 부끄러운 날도 있었다.
모르겠다. 우선은 딱 한 명만을 위해서 쓰자. 그러니까 나 같은 애들을 위해서. 나 같은 애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 졸이고 있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거, 남들도 좋아해 줄까? 모르겠어. 내가 좋아하는 건 좀 별 볼일 없는 것 같아. 인기 없는 노래, 인기 없는 시, 인기 없는 영화와 책. 힙하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고, 유행에도 뒤떨어진 것 같은 고리타분한 것들. 하지만 어쩌겠어. 나는 이렇게 별 볼일 없고 심심한 것이 좋아. 이게 난데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