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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친절

남을 믿을 수 없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

by 노르키

만삭이 되면서 종종 이유 없는 친절을 받는다.


갈비탕이 먹고 싶어 들어간 식당에서 점원이 내게 물었다. "밥 더 드릴까요?"

그 점원은 내 밥뚜껑을 열어줬고, 오며 가며 내가 잘 먹고 있는지 살폈다. 후식으로 매실 음료수도 주고 갔다.


어느 날엔 마트 정육점 앞에서 고기를 사려고 서 있었다. 옆에 있던 아저씨가 내게 먼저 고기를 고르라고 했다. "지금 몇 개월이에요? 요즘은 길에서 산모를 보기가 어려워서 신기하네요. 우리 딸도 이제 7주 됐답니다."


길을 걸으면 모르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넨다.

"요즘 같은 때에 어려운 결정을 해주다니, 고마워요."라면서.


만약에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이유 없는 친절을 받을 기회가 늘어난다면 어떨까?

"이 음료수 마셔봐요. 날씨가 좋으니까 나눠먹고 싶어서요."

"옷이 참 멋지네요!"


모르는 사람의 친절이라 하면 10년 전 어느 여름날이 떠오른다.

그날 나는 버스에 앉아 있었는데 사레가 들렸는지 기침이 터져 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옆자리 아저씨가 인상을 팍 쓰며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학생!" 나는 긴장해서 굳은 얼굴로 답했다. "저요?" 아저씨가 "그래요."라고 했다.


"집에 가서 과일 배가 있으면, 배 위의 꼭지를 잘라서 배 속을 긁어내요. 거기에 꿀을 꽉 채워 넣고 밥솥에 푹 쪄요. 기침엔 그것 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그러더니 아저씨는 "감기 얼른 나아요."라고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다들 어디에선가 이유 없는 친절을 받고 살고 있을까? 받아본다면 참 좋다는 걸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나도 남에게 그런 걸 주고 싶어 진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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