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르키 Nov 30. 2023

배밀이를 시작한 연두

6개월 차, 나를 향해 신나게 기어 오는 아기 

배밀이를 시작한 연두

태어난 지 6개월에 접어든 연두. 요즘 아기는 엄마(나)를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낸다. 아침에 일어나 뒤집은 채 나를 보면 입을 활짝 벌려 웃는다. 거실 매트에 눕혀 놓으면, 금세 뒤집기한 다음에 나를 향해 팔다리를 빠르게 파닥거린다. 그리고 영차 영차 배를 밀어 나를 향해 기어 온다. 주방에서 요리하거나 설거지하거나 토스터기에 빵을 구울 때도, 연두는 웃는 얼굴로 팔다리를 퍼덕이며 내게 온다. '이래서 자식이나 손녀를 똥강아지라고 부르는 걸까...' 진짜 강아지 같다. 어린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활기차게 팔딱거리며 나를 보고 헥헥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눈 부시도록 싱싱한 은빛 비늘까지 보이는 듯한 기분이다. 입이 트이면 과연 어떤 말을 들려주려나. 


아기의 배밀이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게 신기하다. 168일인가 169일에 갑자기 배밀이를 시작하더니, 그때부터 하루 만에 집안 곳곳을 배로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 뒤로 열흘 동안은 별로 칭얼거리지도 않았다. 가고 싶은 곳에 기어가고, 만지고 싶은 장난감을 집어 들게 되면서 자유로움이 늘어나서인 것 같다. 그러다 176~7일쯤부터 다시 칭얼거리 시작. 새벽에 울면서 깬 적도 있었다. 이것은 우리 아기에겐 이례적인 일이었다. 생후 한 달부터 내리 열 시간씩 넘게 통잠을 자며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밤에 안 깨고 잘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찌나 행복하던지!) 하지만 아기의 통잠은 아무래도 자랑 같아서 여기에나 조용히 끄적여본다. 


낮에는 연두에게 모빌 버튼 누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빨간 버튼을 누르면 쿵짝쿵짝 활발한 음악이 흐른다. 노란 버튼은 클래식, 파란 버튼은 자장가... 이런 식이다. 최근 두 달은 모빌에 시큰둥하더니, 버튼을 보여주니 다시 신기한 듯 "와아..."라고 소리 내며 바라봤다. 육아서를 보니 26주 차부턴 아이가 '인과 관계'에 눈 뜬다고 한다.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바뀌고 모빌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우친 걸까. 신기해서 연두를 쓰다듬고 뽀뽀하고 연두 옆에 누웠다. 누워서 머리맡에서 돌아가는 모빌을 바라봤다. 개구리 인형이 '메롱'하고 있었고, 좀 더 위에선 푸른색 말이 장난스러운 얼굴이었다. 이런 장면이었구나. 아기도 재밌었겠는데!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 

어쨌거나 타이니 모빌은 대여해서 120일쯤까지 아주 잘 썼다. 이후부턴 조금씩 흥미를 잃더니 이제는 아기체육관에서 잘 논다. 출산 전에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다. 아기체육관에 '고리친구들'을 주렁주렁 달아줬다. 그럼 만지고 당기고 입에 넣으며 논다. 오늘은 아기체육관에 달린 거울을 보며 "와아? 와아!" 소리를 내고 방긋방긋 웃었다. 너도 네가 귀엽니? 자기 얼굴을 알아보는 것 같아 참 귀엽고 신기했다. 


동물이 그려진 바스락거리는 치발기북도 좋아한다. 내가 동물 이름을 들려주면 "어흥" 소리를 내주면 연두는 웃고 파닥거리며 신난다. 이것도 선물 받았다. 특히 바스락 소리가 나는 사물들에 흥미를 보이는데, 생수 묶음 비닐을 뜯을 때 단연 흥미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림책에도 관심이 있어 보인다. 얼마 전엔 <몽당>이란 그림책을 보여줬다. 남편이 동료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신나서 책을 만지고 물려고도 했다. 수채화처럼 따뜻한 그림이어서 나도 읽어주면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작은 아기용 책장이라도 들여놓을까 싶다. 연두가 좋아하는 책을 직접 고르고 만지면 좋겠다.    


이젠 슬슬 이름을 불러도 아는 것 같다. 남편이 "연두야~" 부르자 "헤에~?" 하며 돌아봤다. 혹시나 해서 "상철아"라고도 불러봤다. 그래도 "헤에!" 하면서도 돌아봤다. 그래도 뭐... 그 정도는 봐주자. 



이유식 시작 

180일부터 182일까지 쌀로 미음을 쒀서 먹였다. 마침 할머니 할아버지가 햅쌀을 두 가마니나 보내주셨다. 새 쌀로 이유식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 보내주신 쌀에는 찹쌀도 섞여 있었다. 쌀과 찹쌀을 1/4컵 정도 물에 불려 블랜더에 갈았다. 냄비에 넣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이니 양이 불어났다. 우선 이유식 숟가락으로 20 숟가락을 떠서 도자기 그릇에 담았다. 르미언니가 선물해 준 이유식 숟가락을 썼다. 첫날부터 아주 잘 먹었다. 30 숟가락이나 먹었다! 미음을 보며 눈이 커지고 입을 쭈뼛거리며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183일 째였다. 소고기를 넣어주기로 한 날이다. 남편이 이유식을 만들었다. 샤부샤부에 넣으려고 사둔 소고기 홍두깨살을 계량 저울에 올려 30g만 썼다. 냄비에 끓이고 살짝 식혀 블랜더에 갈았다. 그리고 냉동했다 중탕해 둔 쌀미음에 소고기를 올리고 섞었다. 이것도 잘 먹었다! 남은 죽은 식혀서 집에서 얼음을 보관할 때 썼던 실리콘 큐브틀에 넣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모든 육아템을 미리 다 새로 사서 구비해 두는 것을 선호하진 않는 듯하다. 집에 있는 것들을 활용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을 추가해 사는 게 더 좋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아침에 도착하는 로켓 배송도 있고. 그리고 선물 받거나 물려받은 물건을 쓰는 것이 오히려 기분이 좋다. 물건을 보내준 사람을 한 번 더 떠올리며 고마움을 느낄 수가 있다. 나중에 연두도 그런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