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모임에서 우린 '흥미로운 글'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어제 낮엔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잠깐 대학로에 다녀왔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글쓰기 모임 날이었다. 올해로 2년을 꽉 채운 우리 모임의 이름은 ‘띠동갑 글쓰기 클럽’. 회원 넷은 모두 여성이다. 나이가 모두 달라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 2년 전 우연히 글쓰기 수업에서 만나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만나고 있다.
2023년 1월부턴 함께 백일 글쓰기도 도전했다. 오늘까지 나는 323일째 썼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에디터와 프리랜서 기자로서 감사히도 글을 쓰고 돈을 벌어왔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한 글은 잘 쓰지 못했다. 잘 써야 한다는 압박과 쓸데없는 완벽주의 때문에 한 줄도 쉽게 떼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모임을 통해서 나는 323일 동안 마음껏 썼다. 믿을 만한 사람들, 내 약점을 털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과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즐거웠다. 약점을 털어놓다 보니, 내가 약점이라 굳게 믿었던 결함은 사실은 큰 문제도 아니었다.
지난여름, 우리의 공동 책인 <나의 낯선 친구들>을 냈다. 출산 전까지 원고를 정리해서 뿌듯했다. 함께 만든 덕분에, 나는 산후조리원에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소소한(!) 정산금으로 다음 모임 땐 간식을 먹을 계획이다. 책 링크는 아래!
새해엔 공동의 뉴스레터를 만들 계획이다. 공동의 창작물이라면 콘셉트가 필요하다. 구독자가 왜 우리를 찾아야 하는가? 한 줄로라도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독자는 누가 될 것인가? 어떤 연령대이고, 어떤 취미를 갖고,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음악을 들을까? 또한, 우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제는 카페에 앉아 우리의 공통점을 찾아보았다.
오지 님이 말했다. "평범한 글을 계속 쓰는 것, 이게 우리의 공통점 아닐까요?"
언뜻 우린 평범해 보인다. 한편으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은 평범하지 않다. 우린 모두 글쓰기에 진심이다. 계속해서 쓰고 싶다. 나는 분만실에서도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글을 썼다. 우리 중 누구 하나 심드렁한 사람이 없었다. 누구 하나 '글쓰기 그깟 것, 밥이 나와? 떡이 나와?'라고 생각하거나 모임에서 슬쩍 빠지지 않았다.
"내가 이상한가?"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닮았다. 나만 이상한가? 내가 정말 희한한가? 왜 내 기호만 다르지? 공동체에서 나만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것 같은 불편한 감각이 우리를 한데 뭉치게 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띠동갑 글쓰기 모임에선 '나만 이상한가?'라는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 루씨 님과 오지 님은 나보다 어른인데도 나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서도 좋은 것을 찾아내고 배우려고 한다. 누런 콩님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젊은 제가 곧 트렌드니까 제 말이 다 맞아요!"라고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누런 콩 님의 이야기. "우리의 글은 따뜻하고 포근하면 좋겠어요."
루씨 님은 우리가 이제 한 단계 넘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글쓰기 연습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쓰는 사람은 어떤 태도로 써야 하는가. 요즘은 이걸 생각하게 돼요. 이슬아 작가는 독특하고 고유한 자기 이야기를 들려줘요. 어찌 보면 독자를 생각 않고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도,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공감했을까요? 뭘 갖춰야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나도 커리어 내내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기사를 쓰려했다. 하지만 이것은 참 어려운 일. 아직도 갈고닦아야 하지만, 익혀야 할 것이 있는 덕분에 지루함보단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