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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Jan 12. 2024

리걸 에일리언

스팅의 주문. "남들과 상관없이 너 자신으로"

리걸 에일리언 

어젠 양재에서 볼 일이 있었다. 일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길. 눈이 펄펄 내렸던 엊그제와는 달리 어젠 포근했다. 후련하면서도 조금은 헛헛한 마음으로 강남대로를 걸었다. 에어팟을 꽂고  라이즈의 '겟어기타'를 들었다. (줄 이어폰이 좋은데 잃어버렸다. 다시 사긴 귀찮고.) 이어서 다른 노래들이 나왔다. 그때 갑자기 처음 듣는 노랫말이 귀에 파바박 꽂혔다. 한 번도 노랫말에 귀를 기울인 적이 없던 노래,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 


"I am an alien, I am a legal alien,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나는 합법적인 이방인. 남들이 뭐라든 너 자신이 되어라.


어젠 문득 나라는 사람이 이 사회, 이 공동체엔 썩 어울리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장을 입어야 하거나, 공동체의 암묵적인 규칙을 지켜야 하거나, 젠 체 해야만 하는 상황, 이 나이엔 이래야 하고, 저 나이엔 저래야 하고... 


그래도 지금까지 잘 해왔어. 남을 존중하려 애쓰면서. 그러니까 나 자신도 존중해 주자.  

새삼 감동해 이 노래만 열 번쯤 들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해 줄 그날

저녁 6시면 요즘 나는 KBS 콩 앱을 열어 클래식 FM을 듣는다. 내가 참 좋아하는 프로그램, <세상의 모든 음악>이 하는 시간이다. 이곳 음악은 내 취향에 완벽히 들어맞는다. 처음엔 아기를 위해 태교 삼아 들었는데 이젠 내가 깊숙이 빠져들고 말았다. 


요즘은 청취율 조사 기간이라 이벤트를 한다. "이번주부터 2주 동안은 주의 깊게 들어보세요. 놀라운 깜짝 선물이 준비돼 있으니까요." 진행자 전기현 님의 그 말을 철썩 같이 믿고 나는 이번주 월요일 저녁 6시부터 귀를 쫑긋 세우고 라디오를 켰다. 사연을 보낸 청취자 중 매일 1명씩을 선정해 음반 CD 선물을 준다고. CD플레이어는 없지만, 진행자의 목소리로 내 사연이 울리는 짜릿한 당첨의 쾌감을 맛보고 싶어 매일 정성껏 사연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중 1명엔 선정되지 않았다. 어제 당첨된 사연자는 "30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은퇴하고~"로 시작한 분이었다. 오늘 당첨된 사연자는 "투병하다 쾌차해 라디오를 듣습니다~"라고 사연을 보낸 분이었다. 그래... 이 분들이 되셔야 마땅하지. 사연을 듣다 보니 나도 이 분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무슨 노래가 나오나 선곡표를 봤는데, 내가 신청한 곡이 선곡표에 올라 있었다. 1명에는 들지 않았어도, 1명에 든 것 이상으로 기뻤다! 늘 라디오로 듣는 전기현 님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내 사연. 그 목소리로 전해지는 내 이야기는 어쩐지 차분하면서도 따뜻하고 조금 이국적이기도 했다. 


내가 신청한 노래는 트리오 로스 판초스의 'El Dia Que Me Quieras'(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날)다.


El día que me quieras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날에 

Acaricia mi ensueño

나의 꿈을 어루만져 주세요.

el suave murmullo de tu suspirar,

당신 숨결의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como ríe la vida

당신의 까만 눈이 나를 바라볼 때면

si tus ojos negros me quieren mirar!

삶은 밝게 미소 지어요 


Y si es mío el amparo

그리고 마치 노래와도 같은

de tu risa leve que es como un cantar,

당신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나의 피난처라면

ella aquieta mi herida,

그 웃음소리는 나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todo, todo se olvida..

모든 것을, 모든 것을 잊게 해 줄 거예요


El día que me quieras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날에

la rosa que engalana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se vestirá de fiesta

축제의 옷을 차려입은

con su mejor color.

장미가 꾸며질 거예요.

Al viento las campanas

바람에게 종들은 

dirán que ya eres mía

이제 당신은 나의 것이라고 얘기하고

y locas las fontanas

흘러넘치는 샘물들은

se contarán tu amor.

당신의 사랑을 셀 거예요.


La noche que me quieras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밤에

desde el azul del cielo,

짙푸른 하늘에서

las estrellas celosas

샘을 내는 별들이

nos mirarán pasar.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거예요.

Y un rayo misterioso

그리고 신비스러운 한 줄기 빛이

hará nido en tu pelo,

당신의 머리카락을 보금자리로 삼을 거예요. 

luciérnaga curiosa que verá...

호기심 많은 반딧불이는 보게 될 거예요.

¡que eres mi consuelo

당신이 나의 위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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