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뮤니티랩 / 모임 프로젝트 #1
시대가 빠르게 변해간다. 1인 가구와 비혼의 증가, SNS로 맺어진 비대면의 관계가 늘어나는 만큼, 대인관계의 피로를 못 견디며 홀로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생산성을 높이고 시간을 아껴주는 수많은 도구와 시스템들이 우리 삶에 도입되었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시간에 쫓기며 사는 듯하다. 그렇게 바빠진 마음은 관계에 있어서도 효율을 추구한다.(이것이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듯 잠시 동안 맺는 관계들과 그런 관계들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생긴다. 내가 마음과 시간을 내어 손을 뻗으면 사람을 만날 곳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지만, 낯선 사람을 만나 친해지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너무도 쿵작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 그날 바로 절친이 되기도 하지만, 다음 날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겉으로는 친해 보이지만 속까지 그렇지는 않은 관계를 뜻하는 '가성 친밀감'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생각들 속에서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어떤 관계를 원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관계를 맺을까.'
요즘 읽고 있는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프리야 파커)'이라는 책에서 본 인상적인 내용이 있다.
'우리는 왜 모일까?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모인다.'
모임의 본질을 정의한 것인데, 모임 대신 '관계'를 넣어도 어울릴 듯하다. 우리는 왜 관계를 맺을까. 물질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떤 차원과 의미에서도,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관계의 모습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그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관계, 나를 미워하거나 해치는 관계가 아닌 나를 살리는 관계로 서로의 행복과 성장에 기여하는 관계, 어떤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자유롭고 편안한 관계, 나의 소중함과 너의 소중함이 동시에 지켜지는 평등한 관계... 이런 관계의 모습들을 떠올리면 상상만 해도 행복해진다.
퇴근 후 저녁, 피플쉐이크 1기의 첫 모임(2019.10.9.) 장소를 알아보러 갔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일 터라, 지하철 노선도에서 서울의 정중앙에 가까운 압구정역, 사람들이 모여 맛있고 배부른 저녁 식사를 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한 곳들을 찾았다. 매장이 너무 좁거나 테이블이 불편해 보이면 패스, 빨리 먹고 나와야 할 느낌의 가게도 패스, 그렇게 찾은 세 곳의 후보(메뉴)는 한식 뷔페, 부대찌개, 샤브샤브 집이었다. 가고 싶은 장소를 투표해달라는 문자를 아래와 같이 크루(=멤버)들에게 보냈다.
[피플쉐이크 1기 첫 모임 안내] 안녕하세요~ ^ ^
여유로운 가을 저녁 보내고 계신가요. 드디어 피플쉐이크 첫 모임이 다가옵니다!
시간은 10월 9일(수) 저녁 6시이고,
장소는 압구정역 (1) 한식뷔페 OO (2) OO부대찌개 (3) OOO 샤브샤브 중에서 답장으로 투표(중복 선택 가능)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이번 모임은 별도의 참가비가 없습니다.(단, 저녁 8시쯤 2차로 인근 모임 공간에서 가볍게 맥주와 다과를 하려는데, 2차 회비로는 5천원을 받으려고 해요.)
<피플쉐이크>는 평소 만나지 못하던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어 삶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찾아가는 커뮤니티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크루들이 모이면,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웃'의 관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저는 희망합니다. ^ ^
그럼, 피플쉐이크 크루 카톡방을 다음 주 월요일에 만들 예정이니, 그때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강민지 드림.
내가 소셜커뮤니티랩을 통해 만들어가고 싶은 모임과 커뮤니티의 성격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자면 다양성(Diversity)이다. 다양한 이들이 모여서 각자의 모습 그대로 어울리는 것, 진짜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마치 꿈이 무엇이냐 물어보며, 꿈이 있기를 강요하듯) 무엇이 나 자신인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애써 찾을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무엇과도 비교할 것 없이 존재하고 관계를 맺는 기반이 된다. 다른 말로, 적어도 이곳에서는 잘남과 못남을 셈하지 않고, 힘이 들어간 어깨에 풀고, 움츠린 어깨는 펴고 모이자는 뜻이다. 우리는 그저, 다를 뿐이다.
내가 '나'라고 부르는 어떤 존재는 외부와의 관계 맺음 속에서 늘 변화하고 만들어진다. 내가 숨 쉬는 것, 먹는 것, 듣는 것, 보는 것, 만지는 것이 나를 이루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이룬다. 낯선 관계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익숙한 관계는 강한 기회를 준다.(책 '낯선 사람 효과' 참고) 당신이 피플쉐이크 크루(=멤버)가 된다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다양한 각자의 모습 그대로, 잠시 스치는 만남이 아니라, 오며 가며 스치는 작은 마을처럼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지속성(Sustainability)을 지닌 관계로.
10월 9일이 피플쉐이크 1기의 첫 모임이니, 오실 분들은 그전까지 오시기를. :)
p.s. 2019년 10월 4일 현재, 소셜커뮤니티랩에서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만날 수 있는 <피플쉐이크 1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상세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