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합병하거나(merger) 인수하는(aquisition) 것을 말합니다. 기업을 인수한 후 합병하지 않고 자회사로 그냥 두는 경우도 있고 아예 합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A는 통상 몇 가지 경우로 분류되지만 각각의 기업 상황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합니다. 목적은 같고 케이스는 다르니 M과 A를 묶어서 통상 M&A라고 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수 요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M&A의 결과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오면 자본시장은 언제든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고, 돈을 들이지 않고 지분 교환이나 부채 인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M&A도 있기 때문에 돈이 필수 요소는 아닙니다.
M&A의 필수 요소를 꼽으라면 저는 전략, 전문가, PMI(Post-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 작업)를 꼽겠습니다.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해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되파는 M&A는 사모펀드같은 전형적인 FI(Financial Investor)들이 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기업이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는 위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경우 전략이란 쉽게 말하면, 인수하는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비전에 부합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입니다. 즉, 전략적 M&A여야 합니다. 회사 하나 잘못 인수했다가 모회사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으니 전략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우리나라 M&A에서 가장 부족한 전문가입니다. M&A는 회계 실사와 법률적 검토, 밸류에이션 협상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대기업에나 해당되는 것이고 오너의 철학과 기업문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의 M&A는 문서에 보이지 않는 예민한 이슈들을 어떻게 조율하고 설득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경제가 그런 전문적인 협상가들을 많이 키우지 못했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M&A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PMI입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기업간에 M&A가 이루어지고 난 후 사업적 시너지를 내고 피인수(인수당한) 회사의 인재 유출을 막으려면 신속하고도 적절한 PMI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 역시 M&A 전문가들의 역할인데 국내에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보니 성공적인 M&A 사례가 많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M&A 성공 팁은 이미 사업적 협력관계에 있거나 시너지 포인트가 충분하고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유사성이 많은 기업간 M&A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M&A를 하는 입장에서는 대개 세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이고, 셋째는 인재 확보입니다. M&A를 당하는(피인수) 입장에서도 대개 세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대주주의 엑싯(exit)이고, 둘째는 독자적인 성장에 한계를 느꼈을 때이고, 셋째는 망하기 전에 운 좋게도 누군가 회사를 구원해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보는 대부분의 M&A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 면에서 옐로모바일은 자본시장의 관찰(?)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어찌 보면 회사의 사업모델이 M&A 그 자체이고 투자를 받아 회사를 인수하고 인수한 회사를 뭉쳐 더 높은 밸류로 투자를 받는, 대주주 권리를 확보하되 원래의 창업자에게 경영을 계속 맡기는, 위에 열거한 목적에 포함되는 것도 같고 포함되지 않는 것도 같은 그림이니까요. 많이 시도된 적이 없는 모델이므로 사기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지만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입니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남이 못 그리는 '그림'을 그린 사람은 대단히 똑똑했다는 것,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비즈니스 세계에서 예상못한 '변수'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총론이고, 전년도에 제가 가까이에서 지켜본 스타트업간의 M&A 사례를 하나 소개해 보겠습니다.
인수를 제안한 회사 A는 국내 유명 스타트업 중 한 곳이었습니다. 인수 제안을 받은 회사 B는 이미 이 회사와 몇 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A사의 대표는 B사의 대표에게 몇 개월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매각할 것을 설득했습니다. 최종적인 제안은 거의 현금 백 억원 수준이었는데 B사 역시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결론은 B사의 대표가 이 제안도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이 딜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B사는 독자적으로 더 성장해보길 원했습니다. A사의 제안을 받고 난 후 B사의 대표는 전 직원을 불러모아놓고 이 제안을 공유했습니다. 모아진 의견은 독자적으로 더 성장해보자는 것이었고 대표는 직원들과 같이 해야만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대표 역시 독자적으로 더 성장해보고 싶은 의욕이 있었습니다. B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이유는 사실 두 번째인데, A사에서 B사를 담당했던 팀장급 직원이 그동안 B사에게 너무 갑질을 했던 겁니다. 마치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다루듯 말이죠. 몇 가지 사례를 직접 들었는데 '스타트업에, 그것도 유명 스타트업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내용들이었습니다. 자기 식구들이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끼는 일들이 반복되자 참다 못한 B사의 대표는 A사의 대표에게 항의했고, 경위를 파악한 A사의 대표는 정중하게 B사 대표에게 사과했지만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의 상황까지는 공감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셋째는 A사의 부족한 협상술이었습니다. B사와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자 A사의 대표는 B사의 경쟁사인 C사에게도 M&A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A사의 대표는 B사의 대표에게 C사 역시 곧 우리 품에 들어올 것이므로 B사도 우리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약간 협박성 전술을 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사가 C사에게 제시한 기업가치는 자신들에게 제시한 기업가치의 두 배 수준이라는 정보를 B사가 파악해버렸습니다. C사의 핵심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던 B사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였죠. 상황을 파악한 A사가 나중에 가격을 더 올려 제안했지만 B사는 이미 마음이 식은 후였습니다.
이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B사의 대표가 저에게 의견을 물은 적이 있는데 저는 A사의 사업영역이 B사의 사업영역과 일부 교집합은 있으나 A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B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제가 한 건 그것밖에 없는데 이 딜이 깨지도록 막후에서 제가 조정했다고 생각한 A사의 대표가 저에 대한 악담을 하고 페친을 끊어버리는 소심한 복수(?)를 하는 것으로 이 드라마는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두 회사는 어떤 상황일까요? A사는 결국 유사한 다른 스타트업들을 인수했고 위기도 있었지만 현재도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수 제안을 거절한 B사는 어떤 상황일까요? 험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수 백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여 무럭무럭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A사가 이미 자기 품에 들어왔다고 B사에게 얘기한 C사도 결국 A사의 품에 안기지 않았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B사가 A사에게 회사를 매각하지 않은 게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례를 공유하는 이유는 비록 스타트업의 M&A라도 핵심은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해주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 말이죠. M&A는 철저하게 정보력과 협상술의 차이에서 승부가 갈립니다. 비밀이 유지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상대를 속이면 결국 자신도 피해자가 됩니다. 특히 스타트업간의 M&A는 돈의 액수보다 비전이 맞고 철학이 맞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존이 자포스(Zappos)를 인수한 것 같은 아름다운 사례를 빨리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