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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준 Jul 24. 2016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IR자료 만들기

IR(Investor Relations)이란 기업의 투자유치 활동을 말합니다. 투자유치를 하기 위해 기업은 먼저 IR자료를 만들어 파일이나 문서 형태로 잠재적인 투자자들에게 보내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 자료를 보고 기업을 직접 만날지 여부를 결정하죠. 따라서 IR자료는 투자유치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이 업이다 보니 거의 매일 회사소개서나 IR자료를 봅니다. 십 수년간 매년 수 백개의 IR자료를 보다 보니 나름 유형 분류가 되는데 대략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가 됩니다. 절대 투자를 못 받을 IR자료, 정리가 안 된 IR자료, 탁월한 IR자료, 무난한 IR자료입니다.  


절대 투자를 못 받을 IR 자료


이 유형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이 페이지에 있는 내용이 다음 페이지에도 있고 그 다음 페이지에도 있고... 또 있고 또 있다는 것입니다. 수 십장의 IR 자료에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같은 내용이 반복됩니다. 그 내용은 대부분의 경우 '나는 우주를 정복하겠다' 입니다. 밑도 끝도 없이 내가 업계 1위가 되겠다느니, 업계를 평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평정하고자 하는 업계의 시장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얘기도 대부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장에 어떤 사업모델로 어떻게 진입해서 점유율을 어떻게 만들고 확장해가겠다는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은 없습니다. 만약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면 투자유치 활동을 당장 중단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투자자에게 그런 IR 자료는 뜬구름 잡는 소설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리가 안 된 IR 자료


이미 사업을 런칭했거나 어느 정도 트래픽을 모았거나 미미한 수준이라도 매출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첫 사업이거나 투자유치를 처음 하기 때문인데 이 유형에게 IR자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투자자를 매료시킬 지표들을 아직 보여줄 수 없는 단계이다 보니 명쾌한 논리와 비전으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IR자료는 창업자 혹은 CEO가 직접 만드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자료 만드는데 탁월한 팀원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죠.


일단 IR자료를 만들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으면 대부분의 경우 머리가 하얘집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지 한 장을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릴 수가 없죠. 그러나 그 작업을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는 IR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할 일들이 머리 속에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IR자료가 논리정연하지 못하고 명쾌하지 못하다면 투자자는 자료만 보고도 '이 회사는 사장이 자기가 하는 일을 제대로 모르는구나'라고 결론내립니다. 당연히 투자유치는 쉽지 않습니다.  


탁월한 IR 자료


이런 자료는 투자자로 하여금 '이 회사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탁월한 IR자료는 자료를 읽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잘 쓰여진 소설이나 영화를 본 것 같은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IR자료는 장 수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업 영역별로 다를 수도 있겠지만 탁월한 IR자료는 3~5페이지만으로도 투자자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논리 전개와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각 페이지마다 포인트가 분명하며 현실적으로 수치화되어 있습니다. 이런 IR 자료를 보면 투자자는 '이 회사 사장은 자기가 뭘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구나. 사업 잘 하겠네.' 라는 판단을 하게 되고 당연히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3~5페이지 안에 자신이 만들어가는 우주를 담아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도록 훈련된 창업자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무난한 IR 자료


이 경우는 대개 사업을 최소한 몇 년은 한 경우로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을 서술하는 형태입니다. IR자료가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이런 경우는 투자 결정이 단순하게 납니다. 유망한 산업분야에 속해있는 기업이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10% 이상이라면 투자자의 관심을 받게 되고 밸류에이션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다면 대개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결론은 자명합니다. 투자를 받고 싶은 스타트업이라면 탁월한 IR 자료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이 그렇지 이게 쉽지 않습니다. 논리 구조를 만들고 그걸 자료로 표현해내는 훈련을 무한반복해야 합니다. 물리적인 시간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정신노동인데 이 과정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최소한 몇 천만원의 투자금이 쥐어지는 것이니 감내할 만한 도전입니다. 남의 주머니에서 단돈 만 원을 쓰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정도의 투자금을 받기 위해서라면, 사실은 그보다 준비된 창업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해내야 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논리는 어떤 논리까요?


투자는 협상입니다. 


협상이란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입니다. 투자자를 설득하여 투자를 받고자 하는 것이니 투자는 협상이 맞습니다. 협상은 두 가지만 중요합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와 '상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자명하니 그렇다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자기 얘기만 하는 우를 범합니다. 나는 이걸 잘 하고 이렇게 탁월하니 당신은 나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탁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상대는 관심이 없다면 어떨까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어야 deal done이 되는데 말이죠. 그러므로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여기까지 생각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먼저 내가 하는 사업 분야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를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 서비스에 관심이 없는 투자자를 앉혀놓고 교육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열변을 토한들 돈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VC나 투자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VC를 만나기만 하면 바로 '영업' 태세에 돌입합니다. 당연히 효과가 없습니다. 내 사업 분야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나야 합니다. 만나는 게 어려울 것 같지만 세상이 SNS로 다 연결돼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합니다.


적절한 잠재적 투자자 혹은 VC를 찾았다고 거기에 만족하면 안 되고 투자자의 구체적인 성향과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 VC가 운영하는 펀드에 투자 재원이 남아있는지, 성향은 어떤지, 최근에 투자한 업체는 어떤 곳인지, 혹시 투자 실패로 당분간 내가 속한 분야는 투자를 안 하기로 하지는 않았는지 등등.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금을 끌어내려고 한다면 그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파악이 끝났다면 이제 상대에 맞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구조를 설계하면 끝입니다.


사실 최고의 투자유치 전략은 내가 먼저 나서지 않아도 투자자가 알아서 찾아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비법은 앞에 기술한 내용을 실행에 옮긴 분들에게만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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