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내린 지난 수요일. 2016년 스밥 그룹 운영을 책임져 준 운영진 1기와 스밥 69회차로 모였습니다. 여러분도 알고 계신 것처럼 스밥은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는 발런티어들로 운영진을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아닌 스타트업이 직접 스타트업을 섬기는 방식을 취한 것입니다. 그룹이 시작된 2015년에는 저 혼자서 운영을 해왔지만 그룹 식구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저 혼자 감당하기는 버거워져서 연말에 그룹 운영진을 공개 모집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의욕에 넘치는 20여 분이 참여했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1년간 운영진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준 분들은 7인의 어벤저스입니다. 발런티어로서의 일을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해 준 분들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바쁘게 일하면서 돈도 안 되는 일에 끝까지 시간을 투자해주고 함께 해준 이 분들은 적어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인재로서 '검증'을 통과한 것입니다.
2015년 말, 스밥 운영진을 뽑아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세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첫째, 운영진을 1년 단위로 운영하면서 더 많은 스밥 식구들에게 기회를 줘야겠다. 둘째, 운영진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 자체가 스타트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이들에게 충분한 훈련 기회가 되도록 해야겠다. 셋째, 1년의 레이스를 완주한 분들은 스밥 운영진으로 섬겼다는 것이 훌륭한 '레퍼런스(reference)'가 되도록 해줘야겠다.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저는 이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었다고 자신합니다. 이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한 분들은 어느 스타트업에 몸 담아도 좋은, 검증된 인재들이라고 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스밥 1기 운영진이 활동하는 동안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1년 동안 매주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스밥이 열렸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고 아직 생존 기반이 확보되지도 않은 많은 스타트업들이 선배들의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받으며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스밥 식구는 100% 증가했습니다. 스밥 식구가 3,000명을 돌파한 게 2월이었고 12월 말 현재 5,800명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100%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Hey, Startup 2016'에 1,500명이 참여했습니다. 2015년 9월 스밥 식구 1,000명 돌파를 기념해 진행됐던 파티가 2016년으로 넘어오면서 스밥 식구만의 행사가 아닌 스타트업 모두를 위한 행사로 확대되었고 스타트업 종사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2017년 헤이 스타트업은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2박 3일 대규모 행사로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여기저기 스타트업 네트워킹 파티가 많지만 헤이 스타트업은 세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헤이 스타트업의 모토는 '당신이 스타트업에 종사한다는 것만으로 당신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입니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건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이건 모든 스타트업은 나라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동등한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 지원기관과 사회가 스타트업 피플들을 섬기는 파티입니다. 올 6월 서울혁신센터에서 진행된 파티에 오신 분들은 경험하셨겠지만, 벤처캐피탈을 비롯해 스타트업 지원기관들이 직접 오셔서 고기를 손수 굽고 갖가지 음식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세 번째는, 스타트업 종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축제입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상태에서 스타트업에 종사하게 되면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도 부족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고 월급을 넉넉하게 가져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데 헤이 스타트업은 그 가족들이 자부심을 갖게 하는 축제입니다. 올해 헤이 스타트업에서 아빠가 스타트업 종사자이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엄마가 이 부스 저 부스를 다니며 음식이며 선물을 한 가득 가져오면서 아이에게 건넨 말이 아직도 저에게 감동을 줍니다. "야, 엄마 네 아빠 덕에 계 탔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스타트업 박싱데이도 열렸습니다. 경기 침체와 어려운 시국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우 성공적이었을 뿐 아니라 취지에 공감한 서울시까지 지원에 나서면서 참여한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냈습니다. 스타트업 박싱데이 역시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진행하는 것으로 이미 장소와 일정까지 확정되었습니다.
특별한 구속력이 없는 온라인상의 커뮤니티가 1년 동안 이룬 성과로는 정말 어마어마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1기 운영진들이 자리를 지켜주고 든든한 받침대 역할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다들 바쁜 와중에 이 분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었을 겁니다. 각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스타트업을 우리가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 말입니다. 스밥이 69회차까지 오는 동안 스밥 게스트로 참여했던 팀들 중 이미 여러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우리는 오히려 이것에 감사했습니다. 창업과 실패, 팀의 해체가 어찌 보면 숙명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밥이 차별하지 않고 오히려 약한 팀들을 섬겼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7인의 어벤저스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2016년 중에 소속과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다들 현업이 바쁘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 아홉 명이 다 모인 건 정말 오랜만이었고 심지어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는 사이도 있었습니다. 그 1년 동안 계속 한 자리를 지켰던 멤버는 그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과 비전을 명확히 찾았고 다른 멤버들도 모두 전진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공통적인 건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얼굴이 모두 밝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우애가 생겼고 무슨 얘기를 해도 까르르 웃을 수 있는 동지 의식, 섬김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운영진에게는 두 가지 영예가 주어집니다. 운영진을 마무리하면서 기념 반지를 맞추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최소 10년은 유지될 스밥의 초대 운영진이자 영원한 OB가 되는 것입니다. 곧 선발될 2017년 운영진 2기를 만나는 자리에 운영진 1기, 7인의 어벤저스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를 끼고 등장할 테니 다들 기대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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