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슈독>
두꺼운 책인데 빨려들듯 몰입해서 읽었다. 초반부에 감상적이고 신변잡기적인 얘기들이 장황하게 있어서 실망할 뻔 했는데. 나이키가 처음부터 독자 브랜드를 출시한 게 아니라 일본 러닝화를 수입 유통한 것이 시작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창업의 정석에 해당하는 창업기. 초기 자본을 최소화하면서 현금 흐름을 만들고, 모자라는 현금흐름을 보충하기 위해서 창업자 자신이 투 잡을 뛰는. 고속 성장하면서 늘어나는 구매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서 은행권과 피말리는 협상을 하고, 부도에 직면하고, 성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좋은 금융 파트너를 만나는 스토리는 많은 창업자들에게 훌륭한 인사이트를 주기에 충분하다. 창업 멤버와 팀원을 모으는 이야기, 운동선수 출신이기는 하지만 과로를 버텨낼 수 있도록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이야기, 바쁜 와중에도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결국 기업가정신을 가지는 단계까지 성장한 이야기 전부 다 빼놓을만한 게 없다. 모든 창업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어떤 이는 사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이 피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듯 사업의 목적이 돈을 버는 데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인간의 몸은 피를 요구한다. 인간의 몸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들고 이들을 제때 적절한 곳으로 순조롭게 재분배하기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몸이 매일 하는 일이라고 해서 이를 인간이 지닌 사명이라고 볼 순 없다. 이는 보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기본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인간은 항상 생명체의 기본적인 과정을 초월하려고 한다. 나는 승리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 단지 패배하지 않는다 혹은 생존한다는 원래의 정의를 뛰어넘어 그 의미를 확장하려고 했다. 원래의 정의는 나 자신과 나이키를 유지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다. 모든 위대한 기업들이 그랬듯 우리도 창의성을 발휘해 세상에 기여하고 싶고 이런 포부를 크게 외치고 싶었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만들고 개선하고, 고객들이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고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고 이 일을 열정을 가지고 효율적이고도 민첩하게 전개할 때 당신은 원대한 인간 드라마를 완성하게 된다. 이 때 당신은 그냥 단순히 살아간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더욱 알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사업이라면, 나를 사업가로 불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