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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준 Jul 17. 2017

도시 건축에 눈 뜨다

승효상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건축은 내게 낯선 영역인데 근래 도시 재생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건축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서울시가 도시 건축의 방향을 개발이 아닌 재생에 두고 있다는 얘길 들으면서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인 승효상 선생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이 책.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만으로도 건축에 대한 통찰력을 한 방에 얻은 느낌. 책의 굽이굽이마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통찰력이 진하게 담겨있어서 빨려들듯이 읽었다.


평소에 아파트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내 개인적인 생각이 이 책을 통해 확인되어서 시원했다.


"오래된 서양도시들, 예컨대 런던이나 파리, 빈이나 프랑크푸르트의 원도심은 2,000년 전인 팍스로마나 시절 로마군단의 주둔지였다. ... 캠프라는 임시적 시설은 필요에 따라 쉽게 설치하고 해체해야 하므로 평활한 땅을 고르는 게 우선이다. 오늘날 대도시로 변모한, 캠프가 설치되었던 평지라는 지형은 결국 서양인이 지닌 전통적 도시 관념에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으로 발전했다."


흉물스러워 보이는 아파트 구조는 결국 로마군의 주둔 시설에서 발전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땅이 좁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대고 그것을 편리함과 부의 상징으로 생각해 왔다. 인구가 감소하고 각자의 개성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파트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질 시점이 멀지 않은데 아직도 아파트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도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침묵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진리를 설파하는 듯하다.


"도시가 지속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여러 시설이나 장소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신성하고 경건한 침묵의 장소라고 했다.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이 어쩔 수 없는 도시의 일상이라고 해도 동시에 우리의 영혼을 맑게 빛는 고요함이 없으면 도시는 이내 피로하여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는 아크로폴리스와 네크로폴리스 사이에 아고라를 두어 각기 신과 죽은 자와 산 자의 영역으로 삼았으며, 시대를 거듭하여 종교의 형태와 생활의 습속이 변해도 신을 받드는 시설과 묘역은 부랑자에게도 경외의 대상이었다. 현대라고 다를 바가 없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휴식의 시간, 침묵의 시간이 없으면 안 되듯 도시 역시 사람과 같은 호흡을 갖춰야 도시답다는 지적이다.  


도시 자체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도시 재생에 대한 노력과 도전이 많은 시점에서 이 책은 건축과 도시에 대한 큰 윤곽을 만들어주었다. 언제든 꺼내서 다시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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