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식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
몇 달 전,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한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의 입장을 언론에서 보고 앞으로는 스타벅스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동성애 문제였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하워드 슐츠가 쓴 책들은 다 깊이 공감했었고 그의 경영철학과 실행력을 높이 평가했었다.
미팅과 미팅 사이에 일을 해야 하면 거의 대부분 스타벅스를 찾아갔고 전세계 스타벅스 중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됐다는 사이렌 오더도 재미나게 사용하던 차였지만 꾹 참아보기로 하고 가급적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나 독립 까페를 이용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만큼 편한 공간이 없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비교해보곤 한다. 왜 같은 글로벌 브랜드인데 커피빈은 공간의 불편함 외에도 왜 와이파이가 안 될까. 미래에셋이 인수하고 나서 원가 절감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커피와 대화에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와이파이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스타벅스에 가면 와이파이 외에도 앉아서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된다. 까페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회전율 때문이고 죽치고 앉아있으면 당연히 매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까페 주인들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스타벅스는 왜 이런 환경을 만들어 놓을까. 그래서인지 어느 매장을 가봐도 스타벅스에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 매장이 1천 개나 된다는데 말이다. 역발상인 건가? 오히려 사람들이 와서 죽치고 앉아있는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면 매출이 오르나?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다 이 책을 보고서 그 이유를 알았다.
"스타벅스를 설립한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집이나 학교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 혼자서도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일에 얽매이지 않은 채 편안하게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 즉 제 3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니까 스타벅스에서는 혼자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있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원래 그러라고 만든 공간이기 때문에. 최근에 공간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데 서점에 갔다가 제목에 낚여서 산 책에서 스타벅스의 핵심을 알았다. 이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 스타벅스는 광고도 하지 않고 매장 직원들과 인테리어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철학을 실제로 녹여내는 것이다. 다시 스타벅스를 애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