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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준 Jan 01. 2018

바보야, 중요한 건 사용자 경험이라고!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을 읽고

이 책은 탁월하지 않다. 신선하고 디테일한 사례들 외에 그의 논리도 탁월하지 않다. 자극적인 제목에 낚였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대척점에 두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시간동안 아날로그는 디지털에 '패배'했다. 그런데 디지털을 맹신하던 약 2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아날로그는 살아남았고 그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가고 있다. 왜? 그가 제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즐겁기 때문에. 하나는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의 시각은 균형잡히지 않았다. 아날로그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성장하고 있다는 논리는 디지털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된다.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이런 바보같은. 돈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한다는 뜻이 되고 무가치한 대상에 사람은 힘들게 번 돈을 지불하지 않는 건 당연한 거다. 역시 같은 논리로 사람들이 디지털에 돈을 쓰는 것은 디지털이 주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등장하기 전에 모든 것은 아날로그였다. 그 아날로그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등장하고 살아남은 것들이며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그런데 아날로그가 제공하지 못하던 어떤 가치들을 디지털이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디지털이 등장하고 살아남은 것이다. 그런데 유토피아적 가치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여겼던 디지털이 시간이 지나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날로그가 우세한 가치가 있었고 반대로 디지털이 우세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므로 아날로그와 디지탈은 시간이 지나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공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이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존재이므로 디지털이 주는 경험을 수용하되 아날로그가 주는 경험이 보다 더 가치있다면 아날로그의 경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논리 전개가 최선이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기업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 탁월한 기업들은 둘 중 하나가 아닌 '사용자 경험'에 집중할 것이다. 탁월하지 못한 기업들이 여전히 디지털과 아날로그 둘 중 하나를 택하거나, 디지털만을 신봉하는 사이에 말이다.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기가 막히게 통합하는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 틀림없다. 아마존이 오프라인에 진출하게 된 이유가 그렇고, e북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며 서점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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