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게 아니라 존중과 기다림이야

화섭이가 없는 가족여행에 대해

by 긍정태리

4월이면 아버지 기일이다. 통영으로 성묘 가는 김에 가족여행을 준비 중이다. 통영이 부모님 고향이지만, 제사만 지내러 갔지 관광을 한적 없다.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통영, 남해, 여수까지 즐기다 오려한다.


가족 단톡방에는 여행 준비 톡으로 설렘이 가득하다. 남해 브런치 카페와 여수 이순신대교 사진이 올라온다. 통영 루지와 오션뷰 펜션 까지.



난 이럴 때 화섭이 생각이 난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최근에 가도 화섭이랑 간 적이 없고. 낯선 곳에 가는걸 불안해하는 동생이라 그렇다. 여행뿐 아니라 결혼식, 장례식 같은 가족 행사도 화섭이는 참석하기 힘들어한다. 어릴 때부터 편안한 가족 문화였으면 자연스레 참석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러질 못했다. 이제는 불안이 많아 화를 잘 내었던 아버지 탓을 하지 않으련다. 그냥 우리 모두 덜 성숙했고, 방황했고, 힘들어서 그랬을 뿐이다. 때가 아니었을 뿐이다.


난 다른 가족과 다르게 화섭이가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아무리 기쁜 행사라도 즐겁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형제와 다르게 화섭이에 대한 촉이 발달해 있어서 그렇다. 사람은 다르다. 다름을 존중한다.


그래도, 화섭이 의향을 물어보고 싶어 아침 홈카페에서 물어봤다.


"화섭아, 4월에 엄마랑 누나랑 형 가족 4명이랑 통영에 놀러 가려고 해.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곳도 가려고 해. 너도 같이 갈래?"


"아니야, 싫어. 안 갈래."


아직 조카나 형수를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동생이다. 싫어한다기보다는 어색해한다. 조카들은 수다스럽고 시끄럽다. 화섭이는 조용한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조카들 존재를 모르는 건 아니다. 경품 응모를 할 때, 당첨되면 형의 딸에게 주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단지 어색할 뿐이다. 조카들이 어릴 땐부터 편하게 교류하게 연결하지 못한 내 탓인 것 같아.


"조카들이 너무 시끄럽지? 그럼 올해는 그냥 집에 있고, 내년에는 누나랑 엄마랑 갈래?"


그건 괜찮다고 한다. 동생은 확실히 편한 사람하고는 잘 다닌다. 사촌 J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라 그 집까지 갔었다. 그런데, 시끄러운 조카와 수다스러운 형은 아직 때가 안되었나 보다.


그래, 이건 슬픈 게 아니다. 아직 때가 안된 거다. 존중하고 기다리면 된다. 언젠가 조카들이 좀 더 크면 삼촌에 대해 설명해주리라. 삼촌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가르쳐 주리라. 내가 할 일이 늘고 있다.


꽁꽁 언 물이 녹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순리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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