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설산에서 본 인상여강을 추억하며
중국 여행을 두 번 갔다. 모두 중국 남부 윈남성 지역이었다. 곤명, 대리, 여강의 고성들을 둘러봤고, 버스를 타고 샹그리라 지역까지 갔다. 당시 보이차 동호회 소속이어서 차마고도를 봤다. 그리고, 대망의 옥룡설산과 그 앞에서 이루어진 인강여강이라는 공연을 봤다.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대형 야외무대에서 이루어진 이 공연은 스케일이 일단 크다. 360도 원형 무대에 소수민족들이 배우가 되어 말을 타고 등장한다. 장예모 감독이 그곳에 사는 소수민족들을 캐스팅해 연기를 시켰다 한다. 윈남성 지역의 소수민족들의 삶과 역사 등을 보여준다. 대사는 거의 없고, 여러 명이 등장해 군무와 연기를 보여준다. 한 옆에는 영어로 설명하는 자막이 흐른다. 생계를 위해 높은 옥룡설산을 넘는 여행을 떠나는 남자들과 이별의 눈물을 흘린 후, 묵묵히 가족을 지키는 여자들의 모습. 대자연 속에서 살아남고자 애를 써왔던 소수민족의 역사였다. 그런데, 삶이 비슷한지라 연기만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 후로 중국 여행하면 인상여강 공연이 떠오른다.
최근에 이병한 님의 유라시아 강연을 듣고, 앞으로 세계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것이 변한다. 한때, 지구를 호령했던 미국과 유럽은 점점 저물어 가고 식민지가 되거나 침략당했던 유라시아 즉, 동양의 저력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약 2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동양의 큰 나라 중국은 200년 - 30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진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겪었다. 그 기록들이 역사로 남아 있다. 그 경험과 기록은 저물어 가거나 망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적게 만든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명언처럼 좋은 일에는 나쁜 일이 껴 있고, 나쁜 일에는 좋은 일이 껴 있다. 그런 정신적인 깊이와 철학과 자산이 동양에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승승장구 번영의 역사만 있다. 진짜 저력은 한번 망했다 일어서는 데 있다. 그런 역사가 미국에 없으니 미국이 중국사를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난 이런 추세를 안 이후에, 성공학을 강조하는 미국식 자본주의나 자기 계발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다시 옥룡설산이 떠오르며 대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살아가던 소수민족들이 떠올랐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간이 대자연을 이용하며 호령하는 듯했지만, 그것은 인간의 오만함이었다. 우리는 대자연 앞에 소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이 풍요로움을 누리고자 자연을 헤치니 기후위기로 대자연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욕심 많고 어리석은 인간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인간은 욕심이 많아 번영의 시간만 좋아한다. 상실과 만물이 모두 자취를 감춘 겨울의 시간은 두려워한다. 겨울의 긴 추위 속에 생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이럴 때일수록 인생의 본질이 뭔지 철학이 필요한때다. 물질과 번영만 추구하면, 그것에만 의존하면, 두려움만 커질 뿐이다.
12월 들어 기온이 내려갔다. 지혜의 수 기운이 느껴졌다. 차를 내리며, 인상여강에서 들었던 회가(Going Home) 라는 음악을 들으며, 다시 마음을 정돈해본다. 겸허와 받아들임을 생각해본다. 대자연 앞에서 겸손해져야 할 인간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고찰해본다.
인상여강 OST 회가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