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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Jan 16. 2023

건강을 축하합니다

어깨동무 보험 가입 후 벌써 2년이 지났다

https://brunch.co.kr/@iammerry/29


2년 전, 우체국에 화섭 씨랑 갔다. 우체국 어깨동무 상해보험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브런치에 기록해 두니 이럴 때 기억하기 좋다. 


보험 가입 시 건강하게 보내면 2년마다 건강축하금이 나온다고 했다. 화섭 씨가 보험 가입 안 하겠다는 걸 이 항목으로 꼬셨다. 매달 보험비도 만삼천 원인데, 그것도 아깝다는 걸 오천 원은 본인이 내고, 팔천 원을 내가 내기로 합의 봤다. 


그 후로 보험비 나가는 25일이 되기 전에, 내 방에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고 화섭 씨는 이야기한다.


"누나 보험비 입금해줘."


매달 안 까먹고 이러는 통에, 안 까먹고 꼬박 입금해 왔다. 그랬더니 벌써 2년이 지난 것이다. 


이 보험은 상해보험이라 넘어져서 골절 등의 상해가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보험을 들기 전에는 자리를 맡는다고 급하게 버스나 지하철을 타서 넘어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보험 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단, 고질병인 봉와직염은 재발했다. 겨울이 되어 엄마랑 병원을 다시 다니며 약을 먹으며 관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축하금 십만 원을 준다는 우편물이 왔다. 내가 그거 보라고. 보험 드니 얼마나 좋냐고 하니 화섭 씨 얼굴이 밝아진다. 엄마는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봉와직염 병원비로 십만 원을 달라 신다. 다시 얼굴이 찌푸려지는 화섭 씨. 엄마는 능숙한 장사꾼처럼 협상에 들어간다. 그럼, 육 대사로 하자.




엄마와 내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집에 방콕 하는 날, 화섭 씨 건강축하금이 나오는 날이었다. 화섭 씨는 오전 근무 후, 신분증을 들고 혼자 우체국에 가서 건강축하금을 타왔다. 엄마는 혼자 우체국 갈 정도로 사회성이 좋아졌다고 좋아하셨다. 뿜빠이한 육만 원을 후불 봉와직염 치료비로 챙긴 엄마 얼굴도 밝아졌다. 사만 원을 자기 용돈으로 몰래 꿀꺽하려는 화섭 씨에게 나도 협상 들어갔다.


"화섭아, 누나가 매달 팔천 원씩 내줘서 탄 건데 아무것도 없냐? 엄마랑 누나가 못 나가니까 바나나 한송이 사줘."


코로나 격리상태라 카톡으로 정확히 보냈다. 본인도 양심에 찔렸는지 슈퍼에 가서 커다란 바나나 한송이를 사 왔다. 싱싱한 바나나만큼 건강한 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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