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태리 Feb 27. 2023

자유와 외로움과 불안

김민식 피디님의 <외로움수업>을 읽고

김민식 피디님을 처음 알게 된건 MBC 파업을 위해 만든 <MBC 프리덤>이라는 뮤직비디오 덕분이다. 유쾌한 파업송에 재미와 재치를 느꼈다. 그 후, 피디님이  쓰신 책도 읽어보다 내가 사는 쌍문동에 강연을 오셨다는 걸 알고 냉큼 들으러 갔다. 피디님께 배우고 싶었던 건 어려운 상황에서 극복할 힘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파업 징계로 송출실로 강제 발령 났을 때, 자유로운 창작을 하던 사람을 단순무의미한 일을 하게 한건 형벌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출퇴근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주말에 서울둘레길을 걸어 완주하셨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고, 영어공부를 하셨다. 남이 쓰레기를 줘도, 내가 안 받으면 내 것이 안된다고 했던가. 남이 괴로움을 줘도 안 받아들이고 유쾌한 일상을 창조해 낸 것이 피디님이 만든 시트콤보다 재미있고 의미 있었다.


쌍문동 강연에서 유쾌한 포즈를 먼저 취해주시던 피디님. 덕분에 재밌는 기념사진이 남았다.


쌍문동 강연에서 피디님의 대학시절 일화를 듣고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적성에도 안 맞았지만, 억지로 ㅎ대 공대에 입학하셨다 한다. 대학공부가 재미없어 재미를 찾다, 근처 ㄱ대에 방문했고, 거기서 전국 자전거일주여행단 공고를 보고 타학교인데도 자전거동호회에 갔다 한다. 신입회원 신청하러 왔다 하니 대환영하는 선배들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는대요?" 했더니 "뭐뭐.. 자전거가 없어? 여기서 다 빌려줘."라는 선배들. "그게 아니라 제가 타교생입니다. "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뒤에 있던 한 선배가 "우리 회칙에 타교생은 안된다는 게 없지? 받아줘." 라고 했단다. 그 한마디가 가입허가가 되고, 결국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달성한 소수의 회원 중 한 명이 되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즐거움이 솟아났다. 바로 이야기 속 ㄱ대가 내 모교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자급자족의 유쾌함을 가르쳐주던 피디님이 돌연 글쓰기를 멈추고, MBC를 퇴사하셨다 한다. 어떤 글이 문제가 돼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공식활동을 멈췄다는 것에서 마음이 아렸다.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특히, 나도 말실수를 갱년기 들어 했던터라, 50대의 피디님이 했다던 실수가 내 이야기 같기도 했다. 그런데, <외로움수업>이란 책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반가웠다.


환절기인 봄이 다가오자, 갱년기 우울증이 심해졌다. 우울은 외로움을 동반한다. 그간 여러 책과 글쓰기로 외로움에 단련되었다고 했지만, 잘 되질 않았다. 좋아하는 물건도 사보고 사람도 만나봤지만, 갱년기는 묘한 상실감을 동반한다. 이럴 땐 독서가 최고다.


김민식 피디님의 <외로움 수업>의 앞부분을 읽다 보니 다음 구절이 와닿았다.


자유는 외로움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외로움과 함께 밀려오는 심리적 불안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자유는 외로움과 불안의 조건 아래 얻을 수 있으므로 자유인은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게 [자유]인데, 그 자유를 얻기 위한 과정인 외로움과 불안을 감내하지 않았구나. 외로움과 불안을 못 다뤄 의존성을 가지다 보니, 심리적 독립을 못한 상태이구나. 결국 외로움은 인생의 상수이고, 이걸 잘 다뤄야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이 자유를 얻는 투쟁은 평생 걸린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난 외로움과 불안을 다루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목표는 확실하다. 자유롭고 가벼운 삶을 위해. 온전히 스스로 서기 위해. 인생은 큰 학교이고, 매일 연습의 시간이 펼쳐진다. 인내심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유태인 신디 선생님께 지혜를 구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