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태리 Mar 09. 2023

팬심에 진심인 ENFJ 모녀

리처드 용재 오닐 팬클럽 전 회장이었던 딸과 BTS 아미인 엄마

2004년, 팬클럽 가입 한 달 만에 팬미팅을 준비하는 팬클럽 회장이 되었다. 그 후 10년 동안 팬클럽 회장을 했다. 팬클럽 특성상 우여곡절이 있어서 팬클럽 사이트를 3번 옮길 정도였지만, 맨 마지막 사이트는 어떤 팬이 마련해 둔 용재오닐 자료 모음 클럽을 나에게 양도하며 운영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여러 팬들을 만났는데, 청각장애가 있던 대학생 팬이 기억 남는다. 못 들어도 용재의 모습을 보고 싶어 공연장에 왔던 그녀를 우리 팬들이 지지했었다. 아마 장애인 가족을 둔 용재 오닐의 팬이었고, 난 자폐장애 동생을 둔 팬클럽 회장이었으니 그런 친구가 온 듯했다.


세월이 흘러 회장직을 내려놨다. 회장까지 해봤더니 권력욕심이 줄어들더라. 그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돌봄의 의무를 벗어던진 엄마는 본격적으로 BTS 아미 활동을 시작하셨다. 내가 팬심에 빠져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던 것 버금갈 정도였다. 퇴근 후, 아미로서 정보를 수집한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일과였다. 


어느 날, 엄마의 MBTI가 궁금해 검사해 봤다. 내가 질문하고 엄마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결과는 나와 같은 ENFJ가 나왔다. 사실 나는 INFJ와 ENFJ를 왔다 갔다 한다. 여하튼 NFJ는 같은 엄마 닮은 딸이라는 것. 그래서 팬심에 진심이 되는 것도 같다.


저번에 왕십리 CGV에 갔다, BTS 공연을 4DX 영화관에서 한다는 정보를 구했다. ScreenX라고 세 면이 보이는 스크린에 BTS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입장료는 3만 원으로 비쌌지만, 아미인 엄마에게 공연 한 번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공연비에 비하면 저렴해서 질렀다.



공연 만족도는 최고였다. 드론 시점에서 시작해 공연장인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는 초기화면은 의자까지 같이 움직이며 날아다니는 실감이 났다. 나도 공연실황을 본 건 처음이라 정국과 지민이 보컬 담당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야광봉을 팔면 같이 흔들고 싶을 정도였다.


일 하다가도 BTS 기사를 보게 되면 엄마에게 전송해 드린다. 아미로써 답장을 빨리 해주는 엄마를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평생 돌봄 노동으로 고생하셨으니, 말년엔 풍류와 여유를 즐기면서 사셨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빵과 장미가 없으면 졸혼이나 이혼이 낫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