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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Nov 26. 2023

삶의 늦가을과 겨울을 사는 법

중년과 노년의 여행은 젊었을때랑 다르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빼놓지 않고 하려는게 있다. 바로 엄마 생신 챙기기. 아버지 생신과 같은 달에 있고, 한참 바쁜 11월이라 엄마 생신은 아무것도 안하고 넘기기 일쑤였다.그게 미안해 달력에 음력 날짜를 찾아 미리 표시해놓는다. 엄마는 평생 습관이 안되셔서 특별히 챙기는게 이상하다고 그런다. 결혼해 나간 동생들에겐 알리지 말라 하신다. 불경기에 한참 육아로 힘든 동생들 부담주기 싫다나. 케이크도 달고 싫으시단다. 시장가서 시루떡 사고, 소고기 미역국 푸짐하게 끓여드리는걸로 생신당일은 지나갔다. 대신 순천에 온천여행을 갔다.


순천에 대단한 온천이 있는게 아니다. 낙안읍성 근처에 낙안온천. 미네랄 성분에 물이 좋단다. 신도시 화려한 온천보다 토속적이고 때로는 촌스런 온천이 더 좋으시다해서 순천으로 향했다.


웃장 국밥골목에서 삼이 들어간 국밥을 먹었다. 이인분 시키면 수육과 토렴한 야채가 나오니 푸짐하게 먹었다. 호박고지가 들어간 시루떡은 서울떡보다 덜 달고 부드러웠다.. 이틀날 먹은 도토리 전문점의 임자탕,표고탕수,도토리전도 맛있었고, 마지막날은 대망의 떡갈비를 먹었다.


온천물은 미끈거리고, 물이 좋았다. 아틀 연속으로 갔는데, 피부가 고와지는게 느껴졌다. 서울과 다르게 비누는 각자 가져와야한다. 그걸 모르고 처음에 옆에 있는 비누가 공용인줄 알고 잘못 썼다. 이미 너무 많은걸 누려왔다는걸 알게 됐다. 인간의 눈높이는 끝없이 올라가서 풍요에 금방 적응한다. 대신 조금이라도 있던게 없어지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그런 욕심이 많은 물건과 환경오염을 만들었다. 욕심 줄이기가 요새 내 목표다,


갱년기가 되니 많이 먹기 힘들다. 몸이 잎이 떨어지는 나무처럼 덜 먹으라고 하는것 같다. 이번 여행은 하루 한끼만 푸짐하게 먹고, 휴식의 시간을 길게 가졌다. 그게 우리의 시기이다. 집에 혼자 둔 화섭씨에게 안부전화도 몇번했다. 때로는 낮잠자느라 못 받는 화섭씨. 대신 기특하게도 나중에 자느라 못받았다고 다시 전화 해준다.예전에는 가족 모두 함께 하는것만 행복이고, 화섭씨가 낯선곳에 가는걸 함께 못해 허전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화섭씨 입장에서 생각했을때 내 바램이 꼭 행복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요새는 있는그대로 만족하는법을 연습한다.


그렇게 잘 쉬다가 올라오는 날 점심을 먹으러 순천사청 쪽으로 가다가 아랫장 여는 걸 봤다. 가고 싶으시다는 엄마, 기차시간이 촉박한게 아쉬웠다. 다음에는 꼭 오일장을 가자고 약속하고 올라왔다.


올라와 유투브로 순천시장이 나온걸 보시고, 엄마는 내년엔 순천국제정원에 쉴랑게 가든스테이에 가고 싶으시단다. 생태도시 만든다고 전봇대 뽑고, 하루 삼만보씩 걸어다니며 일을 한 시장의 마인드가 좋다고. 꼭 엄마가 청국장과 식초를 팔아 번 돈으로 가잖다. 나는 얼마나 다복한가! 나이 있어도 새로운게 좋고 유머스럽고 호기심 많은 엄마가 계시니. 여행은 두번째가 진짜라더니, 진짜를 보기 위해 이번은 답사였다.


이렇게 우리의 인생의 초겨울은 흘러간다. 여기에 적응해간다. 힘빠지면 함빠진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산다. 그래도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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