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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Feb 11. 2024

인(寅)월의 성지순례

가회동성당부터 명동성당까지

입춘이다. 24절기 중 첫 절기인 입춘은 인월의 시작점이다.

인(寅)월 : 새벽, 초봄, 2월 4,5일(입춘)~3월 5,6일(경칩)

인목은 이제 막 땅을 뚫고 올라온 기운이며, 서툴고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고 낯선 것에 도전하는 힘이다.어느 지지 보다 역동적인 힘과 추진력, 돌파력이 강하다. 저항하는 모든 것을 뚫고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해내는 것이 인목의 본질이다. 지장간이 발산의 힘이 강한 갑목,병화,무토로 구성되어 있어 가장 자존심이 세고 주관이 뚜렷하다. 자기확신과 자존심의 왕이 인목이다. 강한 양간의 기운은 권력과 관련이 깊다. 인목은 돈보다는 명예의 욕망이 강하며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인목은 움직이며 가능성을 탐구하는 힘이다. 각종 욕망이 좌충우돌하며 요동친다. 여기저기 다니며 꿈꾸는 사람이 많다. 여행과 탐험과 관련깊다. 인목의 영혼은 독립적이며 자유롭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걸 좋아하지만 의외로 협동심이 약하고 모험가의 고독한 매력이 돋보인다.

인목의 키워드 : 순수, 서툴다, 돈보다 명예,  발산의 욕망, 꿈과 탐험, 독립과 자유, 고독, 약한 협동력

<나의 사주명리>중에서 인목 요약


몸이 미친것 같다. 항온기능이 망가진 갱년기 증상으로 땀을 뻘뻘 흘리고 가슴께 뜨거운 용굉로가 지나간다. 밤에 자려면 세네번씩 마그마가 오는것 같아 잠을 깬다. 화장실도 자주 가고 한밤 창문을 열어놓고 찬 공기를 쐰다.


늙어가는게 이리 고단한줄 몰랐다. 이 세상 모든 할머니들이 존경스러웠다. 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좋단다. 억지로 집을 나섰다.


어느덧 입춘이 지나 인월이다. 하늘이 파래지고 햇빛이 밝아졌다. 공기는 차지만, 하늘이 바뀌어 땅에게 온기를 내리쬔다. 하늘보다 느즈막히 변하는 땅이다.


인월의 키워드는 무지막지한 시작이다. 인목을 가진 사람들은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생 청년같다. 깊디깊었던 바닥이 보이지 않았던 차가운 수(겨울)도 두렵지않다. 근자감으로 시작하고 본다. 계산도 계획도 없다. 그래서, 순수하다. 주변에 인목을 가진 사람들이 떠오른다. 명랑하고 명예를 중시 여긴다. 이들은 시작과 발산을 못하게 하면 오히려 병이 난다.


이번 달 성지순례코스는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동네다. 단, 방문지가 다르다. 말씀의 길이라는 제목이 붙인 길이다. 한국 천주교의 시작의 이야기가 붙은 곳이란다. 작정하고 그런건 아닌데 인월과 어울리는 길이다. 처음 가 본 가회동성당은 북촌한옥마을에 있다. 북촌은 자주 갔지만, 이런 곳이 있는줄 처음 알았다. 개화기때 신도분이 한옥을 기증해 성당으로 만든 곳이다. 큰 재산인 집을 통째로 기부하는 마음을 알것 같 다. 당시 사람의 자유와 존중을 옥죄던 신분사회를 벗어나고 싶은 본능말이다. 어느 시대건 인간은 자유와 성장을 꿈꾸고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어 기여한다. 당시엔 그 도구가 서학이었다.


당시 풍경을 인형으로 재현해놓아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당시 의친왕도 죽기 며칠전에 세례를 받았단다. 조선의 왕이 무참하게 신도들을 순교한 죄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당시는 사람의 자유와 존중을 방해하는게 신분제였다. 그때보다는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나의 자유를 방해하는게 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완전히 자유롭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걸으며 생각해본 결과 자본주의사회가 자극하는 끝없는 욕망으로 인한 무거움이 나의 자유를 방해한다는걸 알았다. 기대와 욕망이 줄이고, 겸허한 만족과 감사가 필요한 시대다.


가회동 성당 근처엔 석정보름우물도 성지순례터로 정해놨다. 우물을 길어 성수로 썼다한다. 일상으로 쓰던 한옥과 우물이 성당과 성수가 되었다. 평범에 비범이 있다. 내가 천주교에 처음 감명 받았던 곳도 그러했다. 20대때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 달리기 전 몸을 풀고 있었는데, 한 쪽 천막에서 마라톤 복장을 한 사람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신부님이 달리기 동호회 사람들을 위해 주말에  나와준 것이다. 꼭 정해진 성당만이 미사를 드리는 곳이 아니라는 이상한 자유가 느껴졌다. 무격식안에 격식말이다. 마라톤 복장인 반바지를 입고 드리는 미사말이다. 그 풍경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음코스는 혜화동 신학교. 아는 길이라 열심히 걸었더니 금방 당도했다. 그 다음 코스는 낙산공원을 지나 동대문을 지나 광희문이다. BTS 노래를 들으며 발에 부스터를 단 듯 걸었다. 순삭 광희문이다.



오늘은 마라톤할때 느꼈던 러너스하이가 온듯하다. 달리진 않고 걸어서 오는 기쁨이니 워커스하이인가? 걷는 몸이 가벼워져 계속 걷고 싶다. 걷는 코스가 관광지라 외국인들이 빛을 보는 관광하는 기쁨이 느껴져서인듯 하다.


흥이 난 김에 광장시장도 들렸다. 녹두전에 막걸리 마시며 옆에 앉는 인도네시아계 미국인과 대화도 나눴다. 전집 아줌마랑도 이야기했다. 아줌마는 몸이 아파도 일할때는 잊는다고. 늙어가는 고통은 일과 몰입과 움직임으로 덮을 수 밖에 없다. 광장시장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자리에 앉으려면 1인당 5천원 이상 시켜야 될정도다. 아줌마는 일본어, 중국어 해가면서 장사를 한다. 한 중국인이 1인당 5천원 이상을 못알아 듣자 괜한 오지랖이 발동되어 구글번역기를 켜서 알려주고 왔다. 휴일 사대문 안은 외국인들이 많고, 한류가 자랑스러워 걷는게 즐거웠다.


막걸리 부스터 이용해 종로, 청계천, 명동까지 마저 걸었다. 시작은 어설프다.좌충우돌이지만 그저 나아간다. 그게 시작의 힘이다.



내 사랑 명동성당에서 순례를 마쳤다. 명동성당은 언제나 봐도 좋다. 한때 마음이 어두웠을때 명동성당 사진반에서 활동했었다. 돌아보니 후천적으로 화기운을 취하려는 나의 본능적인 노력이었다. 그때의 내가 기특해졌다.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배낭에 남겨 온 막걸리를 마저 마셨다. 혈액순환이 되며 막걸리가 맛나다. 어제까지만 해도 갱년기 증상때문에 입맛이 떨어졌었다. 오래 걷고, 몸이 좋아져야지만 음식이 맛있을 나이구나. 미각도 공짜가 아닌 나이. 아파도 움직여야 안 아픈 나이. 새로운 나이의 새로운 몸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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